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올해 중간배당을 전격 중단한 배경이 관심이다. 회사측이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해 배당 여력을 줄여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중간배당은 ‘목표’이지 ‘약속’은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주당 1만7500원의 배당을 지급했다. 중간배당으로 1만원을 지급했고, 결산배당으로 7500원을 더했다. 총배당금은 3418억원, 배당성향은 연결기준 170.6%에 달했다.
고려아연의 중간배당은 한 해 전인 2023년부터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그해 2월 공시를 통해 배당에 대한 투자자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별도실적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연 1회 중간배당 추진 목표’ 입장도 명시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중간배당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해 중간배당을 건너뛴 배경은 자사주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자기주식 204만30주를 주당 89만원에 사들였다. 총발행주식의 17.5%를 사들인 것으로, 1조8156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당시 고려아연측은 “주가안정,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대규모 자사주 매각은 중간배당 재원의 소진을 초래했다. 고려아연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중간배당 재원이 소진된 배경에는 2024년 10월4일 실행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중간배당 중단이 주주와의 약속을 저버림 조치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2023년 2월 공시에서 중간배당 추진을 '목표'로 제시하며 ‘경영성과 전망에 따라 변동 가능하며 경영상황 악화가 예상되는 사업연도에는 실시하지 않을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중간배당을 확정적으로 약속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지적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최근 수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각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2023년부터 3년간 별도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 실시를 '목표'로 공시했다"며 "실제로는 2023년 52%, 2024년 80%로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로드맵)'에서 지속적인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3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을 최소 4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3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연결 기준 75%로, 국내 상장법인 중 최상위 수준”이라며 “공개매수로 취득한 약 1조6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도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