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보령이 국내 전통 제약사 중 드물게 ‘우주 헬스케어’라는 이색 신사업에 도전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미국 우주개발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 달러(약 810억원)를 투자했다.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튜이티브머신스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김정균 대표이사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보령의 변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로 2014년 입사 이후 전략기획, 생산관리, 인사 등 주요 부서를 거쳐 2022년 대표이사에 오른 젊은 오너 경영인이다.
그는 취임 후 사명을 기존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변경하며 내수 중심 제약사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분명히 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휴먼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 프로젝트는 우주 환경에서 인체가 겪는 생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한다.
임동주 보령 전략투자본부 본부장은 ‘바이오코리아 2025’ 콘퍼런스에서 “지구와 가까운 환경에서는 나사(NASA)도 주요 리스크와 해결법을 알고 있지만 심우주로 갈수록 알려진 문제조차 해결법이 없다”며 “나사조차 해법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오히려 이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신사업 추진과 동시에 본업인 제약 분야에서도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171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3% 증가한 수치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를 포함한 ETC(전문의약품) 매출 확대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실적 호조가 주효했다.
특히 항암제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따라 ‘알림타’, ‘젬자’, ‘온베브지’ 등의 판매가 증가하며 수익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보령 매출의 80% 이상은 전문의약품(ETC)에서 발생한다.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사업부문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포함해 ‘카나브 패밀리’ 6종(카나브,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듀카브 플러스)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1년에는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23년에는 15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신규 복합제 4종에 대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Oncology(항암) 사업부문은 소화기암(젬자, 캠푸토, 옥살리틴, 젤로다, 온베브지), 여성암(제넥솔, 디탁셀, 삼페넷), 혈액암(벨킨 등), 완화치료(뉴라스타, 그라신) 등 다양한 암종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 부문은 2021년 약 10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4년에는 2400억원을 돌파했다.
보령은 당뇨 치료제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6년 일라이 릴리의 신약 GLP-1 RA ‘트루리시티’를 도입했으며 2023년 4월 SGLT-2i 계열 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 만료를 계기로 본격적인 당뇨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섰다.
보령의 일반의약품(OTC) 브랜드로는 ‘겔포스’와 ‘용각산’이 있다. 2024년 기준 OTC 사업부의 연매출은 약 793억원이었다.
‘용각산’ 브랜드는 호흡기 질환 셀프메디케이션 제품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겔포스’는 속쓰림과 더부룩함 완화 효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 오너는 누구? 최고경영자는?
보령은 김정균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오너 2세인 김은선 회장의 장남으로, 사실상 4세 경영인에 해당한다.
1985년생인 그는 미시간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행정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삼정KPMG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은 후 2014년 1월 보령에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를, 2022년 보령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섰다.
기존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 체제에서 지난 3월 장 전 대표의 사임으로 김 대표 단독 경영 체제가 완성됐다.
따라서 올해는 김 대표가 단독 대표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첫 해다. 약 사업과 우주 헬스케어라는 상반된 두 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김 대표가 추진하는 우주 헬스케어 신사업이 단기간 내 실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더불어 제약 사업을 총괄하던 장두현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기존 사업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선수 한 마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보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크게 하락했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2405억5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9억1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했다.
자가 제품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와 일반의약품 시장 침체에 따른 광고 효과 감소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보령은 “전략 제품(고수익 자가제품) 중심의 제품 믹스(Product Mix) 전환과 경영 효율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