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방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사회에는 관련 전문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선과 특수선을 모두 다루는 국내외 조선사들은 방산 전문가를 이사회 멤버로 두고 있어 한화오션도 이사회 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화오션의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 구성원은 총 9명(사내이사 3인, 기타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5인)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방산 전문가는 없었다. 김희철 사내이사는 경영총괄, 김종서·Philippe Levy 사내이사와 김동관 기타비상무이사는 기업경영일반을 전문 분야로 담당하고 있다.
현낙희·George P. Bush 사외이사는 법률, 최혼 사외이사는 금융이 전문 분야다. 안완기 사외이사는 행정, 김봉환 사외이사는 회계가 전문이다.
반면 상선과 특수선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이사회 내 방산 전문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J중공업의 이사회는 총 6명(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됐다. 김완석 사내이사는 건설, 유상철 사내이사는 조선 부문이 전문 분야다. 전인범 사외이사는 행정·국제, 이인재 사외이사는 행정·정책, 심호 사외이사는 환경·재무, 최선임 사외이사는 문화·예술 분야를 전문 분야로 두고 있다.
이중 전인범 사외이사는 전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 등을 지냈다. 다방면에서 군사 경험을 쌓은 군사 전문가로 방산 사업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중공업의 이사회 구성원은 총 5명(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이다. HD현대중공업의 김상균·노진율 사내이사는 기업경영을 전문 분야로 한다. 신동목 사외이사는 조선해양공학, 채준 사외이사는 경영학이 전문 분야다. 박현정 사외이사는 법학을 전문 분야로 맡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동목 사외이사는 잠수함 관련 논문을 작성했을 정도로 함정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설명했다. 신 사외이사는 '잠수함 개념 설계를 위한 디지털 목업 개발' 등의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특수선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주력 사업인 상선 부문은 중국 조선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하지만 특수선 부문은 기술 장벽이 높고, 장기 유지보수·기술지원 등 부가가치가 높아 조선사 전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특수선 부문 매출이 8834억원에서 1조527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특수선 사업의 매출 비중은 10%를 차지했다.
특수선 부문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는 장기 기술개발, 수출 전략 등 이사회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출 성장에 맞춰 이사회 내 전문성도 함께 보강돼야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방산 산업은 단순 제조업과 달리 국제 수출 규제, 군 규격 충족, 국방조달 프로세스 이해, 정치외교적 변수 대응 등 특수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 경영 의사결정은 수주 실패나 사업 차질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선과 특수선 사업을 모두 영위 중인 글로벌 조선사들도 방산 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이사회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호주의 오스탈(Austal)은 리처드 V. 스펜서(Richard V. Spencer)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지난해 7월 선임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 해군장관으로 재임했으며 이외에도 미 해병대 장교, 미 국방부 산하 자문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방산·군사분야 전문가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오로지 매출이 100% 방산에서만 발생하는 순수 방산 기업 외에 민수와 방산을 겸업하는 기업의 이사회에는 방산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다. 방위 산업과 같이 특수한 산업에서는 산업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전문적 식견이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출 고도화를 하고 있고 해외 많은 나라들의 시기와 견제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방산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해 신사업 추진이나 해외 진출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군 출신 고문들도 있고, 사업부 내에 방산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이사회 멤버로 방산 전문가가 있어야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