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주가로 말한다] ‘시중은행 전환 선 그은’ 박우혁 제주은행 대표

점포 31개 中 29개 제주도 위치
연체율·고정이하여신 비율↑
올해 말 박 행장 2연임 여부 결정

김나경 승인 2024.11.22 07:35 의견 0
제주은행 최근 3년간 주가 추이. 제주은행 주가는 박우혁 제주은행장 취임일인 지난 2022년 3월 23일 1만6960원에서 이달 21일 8150원으로 51.95% 하락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유일하게 전환 요건을 충족한 제주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은 거점지역과 서울·광역시·경기도에만 지점을 개설할 수 있는 지방은행과 달리, 전국 어디든 지점을 개설할 수 있는 은행이다. 은행법 제8조 은행업의 인가에 따라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산업자본 지분 4% 이하 △동일인(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지분 10% 이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올 3분기 기준 제주은행의 납입자본금은 1606억원이며, 주요 주주는 신한금융지주(75.31%), 우리사주조합(0.21%). 기타(24.59%) 등이다.

하지만 제주도 경제와 연관이 깊은 탓에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효과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제주은행의 전체 점포 31개 중 29개는 제주도에 위치해 있다. 그 외 서울에 1곳, 부산에 1곳의 지점이 있을 뿐이다.

올 3분기 원화대출금 93.1%도 제주도 내에서 나왔다. 원화대출금의 40.0%는 개인사업자, 25.8%는 중소기업, 29.6%는 가계대출이다.

이 은행의 가계를 제외한 산업별 원화대출금 비중은 도소매업(22.5%), 음식숙박업(19.2%), 부동산업(17.4%), 서비스업(17.3%), 건설업(10.7%), 제조업(6.4%), 기타(10.7%) 순이다.

대부분의 고객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인 탓에, 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제주은행의 순이익은 지난 2022년 228억원에서 지난해 51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연체율 역시 지난해 1분기 0.59%에서 올 2분기 1.36%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6%에서 1.42%까지 악화됐다.

다행히 올 3분기 제주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각각 1.32%와 1.37%로 전분기 대비 소폭 안정화됐다.

박우혁 제주은행장. (사진=제주은행)

박우혁 은행장은 지난 2022년 3월 제주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1963년생으로 1989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정통 신한맨의 길을 걸었다.

신한은행에서 시너지 영업추진실 부실장, 개인영업 추진부 부부장, 광장동 지점 지점장을 역임했다.

2009년 캐나다 법인장, 2013년 미국 법인장을 맡으며 해외 사업도 이끌었다.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신한은행 연금사업본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경이동부 본부장, 커뮤니티 추진 본부장을 담당했다.

2019년에는 신한금융지주 CSO, 부사장을 지냈다.

2020년 디지털캐인부문장 겸 개인그룹장, 부행장을 역임했다.

제주은행장 취임 이듬해인 2023년 순익이 51억원으로 대폭 축소됐지만, 박 행장의 경영상 실책보다 지방은행의 건전성 악화 우려에 따른 선제적 충당금 적립 여파라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12월 1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박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로 연장됐다.

올해 말 2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임기 동안 전략적인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 등을 통해 제주은행의 효율성을 높였다. 제주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2021년 72.23%에서 박 행장 취임 후인 2022년 65.45%, 2023년 63.43%로 감소했다.

포트폴리오도 재편됐다. 이 은행의 기업 대출 비중은 2021년 기업 57.8%에서 올 3분기 67.4%로 확대됐다.

다만, 제주은행의 악화된 건전성과 1금고 탈환이라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우혁 행장은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생존의 위기’라 정의하고 새롭게 변화의 닻을 다시 올리자”며 “우리 앞에는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이 놓여있다. 과거부터 위기를 반복적으로 유발시키는 구조적/근본적 문제를 개선해야 하며, 동시에 미래 디지털 기반 차별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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