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실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틈새시장처럼 보였는데, 불과 몇 달 사이 벌써 레드오션이 되고 말았다. 이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할 때다. 김 부장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느라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블루오션(Blue Ocean)’은 고기가 풍부하게 잡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뜻한다. 아직 개척되지 않았지만 광범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한 기업의 신기술이나 신제품이 등장해 경쟁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 바로 그것이 블루오션이다. 다시 말해 경쟁자가 거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경영학의 세계에서 ‘블루오션’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1990년대 공동 집필한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에서 처음 제시됐다. 두 학자는 기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레드오션(Red Ocean)’으로, 경쟁의 틀을 벗어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혁신적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정의했다. 말 그대로 피로 물든 바다 대신,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푸른 바다로 나아가자는 발상이다. 이 책은 200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 100여 개국, 26개 언어로 번역·출간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레드오션은 이미 경쟁이 과열되고 시장이 포화된 상태를 가리킨다. 기업들은 동일한 고객을 놓고 가격 인하, 광고 경쟁, 기능 개선 등 끝없는 전쟁을 벌인다. 그 결과 이윤은 줄어들고 시장은 전쟁터처럼 치열해진다.
반대로 블루오션은 기존 시장 점유율 싸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있다. 전통 서커스가 동물 묘기와 단순한 곡예 위주였다면, 태양의 서커스는 공연예술·연극·음악·무용을 결합해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는 기존 관객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층까지 끌어들여 막대한 성공을 거뒀다.
블루오션 개념이 확산되면서 ‘블루슈머(Bluesumer)’와 ‘퍼플오션(Purple Ocean)’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블루슈머’는 블루오션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미개척 수요를 발굴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다수가 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품·서비스를 먼저 찾아내는 이들의 움직임은 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 기회를 포착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한편 ‘퍼플오션’은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중간 개념으로, 기존 시장의 경쟁 요소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존 시장 속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커피전문점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일부 브랜드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서비스, 지역 문화와의 결합, 친환경 캠페인 등을 더해 퍼플오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블루오션은 틈새시장과는 구분된다. 틈새시장은 기존 대규모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작은 시장을 의미한다.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블루오션은 단순히 작은 틈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장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가깝다. 틈새시장이 기존 시장 속의 빈 공간이라면, 블루오션은 새로운 바다 자체를 창출하는 셈이다. 그러나 때로는 작은 틈새시장이 블루오션으로 확장되는 전 단계가 되기도 한다. 작은 기회가 큰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은 준비 없는 자에게 열리지 않는다. 열린 시야, 창의적인 발상, 그리고 끈질긴 실행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푸른 바다는 눈앞에 펼쳐진다. 블루오션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생존의 길이 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지금, 낡은 경쟁의 틀에 갇혀 몸부림치는 것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일 뿐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기회를 발견해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김규회(도서관닷컴 대표, 전 동아일보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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