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장사들이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전년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은 기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순이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의 현금배당(주식·현금 동시배당 포함)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32조2946억원이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9.6%, 코스닥지수는 21.7% 각각 내렸지만, 상장사들은 배당금을 오히려 늘렸다.
2020년 34조7827억원에 달했던 상장사의 현금배당은 2021년(30조5630억원)과 2022년(28조5282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지만, 2023년(29조4711억원) 증가세로 전환됐다.
업종별 배당금 지급액은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이 4조1263억원(12.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도체 제조업 3조8475억원(11.9%), 지주회사 3조3581억원(10.4%) 등의 순이다.
주주에게 가장 많이 배당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기아(2조5589억원)였다. 이어 삼성전자(2조4543억원), 현대자동차(1조5664억원), SK하이닉스(9002억원), 삼성생명(8081억원), 삼성화재(8077억원), HMM(5286억원), 하나금융지주(5047억원), 우리금융지주(4901억원), LG(4782억원) 등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HPSP(482억원)의 배당금이 가장 많았다.
배당금을 받은 주주 유형별로 보면 국내 법인이 전년 대비 2조855억원(18.4%) 증가한 13조4121억원을 수령해 전체 배당금의 41.6%를 차지했다. 이어 외국인이 9조7951억원(30.3%), 국내 개인은 9조874억원(28.1%)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외국인 주주에게 가장 많이 배당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1조2771억원)였고, 코스닥시장에서는 리노공업(166억원)이었다.
배당금을 수령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4조2457억원(43.3%)으로 가장 많으며, 영국(1조553억원), 룩셈부르크(5555억원), 싱가포르(5452억원) 등의 순서가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로 국내 개인 주주 중 50∼60대가 전체 국내 개인 배당금 지급액의 58.1%를 수령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커져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추세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