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내세워 자사주 소각 규모를 키우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는 물론이고 소액주주들까지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 부양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거론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자사주 소각 결정 금액 합계는 12조392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소각 결정 금액인 13조2981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2022년 3조1350억원, 2023년 5조4003억원에 불과하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해 13조원 대로 2년만에 4배 이상 뛰었다.
올해는 5개월여만에 지난해에 거의 육박하는 결정이 이뤄져 연간으로는 30조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실제 이틀 뒤인 20일 3조원 규모의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를 소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매입한 3조원의 자사주 중에서도 임원 보상으로 활용할 5000억원을 제외한 2조5000억원어치를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까지 마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5조5000억원어치의 자사주가 소각된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적극 협력했던 금융사들도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3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두 차례 발표했다. 금융 대장주 KB금융도 지난 2월과 4월 각각 5200억원과 3000억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알렸다.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연대의 활동도 활발해 지고 있다. 개인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연대들이 올해 1분기에 자사주 소각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기업만 이마트, 솔루엠 등 5개사다. 이 중 이마트와 솔루엠은 실제로 소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개혁신당 등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공언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고 신규 매입 시에는 3개월 내에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악용하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