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주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성태 은행장 취임 후 2년여간 우상향을 이어가던 중 복병을 만났다.
주가는 김 은행장의 취임일인 지난해 1월 3일 9560원에서 지난 3일 1만5170원으로 58.68% 상승했으나,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3거래일 동안 3.76% 하락했다.
그럼에도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주가 하락 폭이 작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작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4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종목 순매도 금액은 1조2418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주들의 하락 폭이 컸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8.14%, 신한지주 61.09%, 하나금융지주 68.29%, 우리금융지주 46.11% 수준이다.
이 기간 4대 금융지주의 주가 하락 폭은 KB금융 -15.71%, 신한지주 -9.04%, 하나금융지주 -7.88%, 우리금융지주 -5.87%에 이른다.
반면, 기업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14.75%였으며, 주가하락폭은 3%대에 그쳤다.
지난 5일에는 기업가치제고(밸류업)계획을 공시해 주가를 다소 회복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밸류업 계획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8.8%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배당성향 또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11.0% 이하에서 30.0%, 11.0~12.0%에서 35.0%, 12.0~12.5%에서 40.0%로 높일 계획이다.
내년 중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개정도 실시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계획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ROE 목표 달성 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고 달성 방안도 다소 모호하다. 구체적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목표도 부재하다”며 “자본비율 목표가 높고 구체적인 RWA 관리 목표가 없어, 배당성향 상승 속도는 기존 2026년보다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지 않아 (2023년) 총주주환원율이 4대 금융지주 평균 35.1% 대비 낮았다”며 “기업은행의 별도와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평균 4.0%포인트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어, 중장기 40.0%의 별도 배당성향 목표는 연결기준으로 36.0% 수준이다. 이는 2024~2025년의 4대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 40.0% 내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월 3일 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 2일까지다.
1962년생으로 대전상업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기업은행에 35년간 몸담은 ‘IBK 맨’이자 ‘전략통’으로 통한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전략기획부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전략부장, 부산울산지역본부장, 경동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부행장으로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을 맡은 뒤, 2019년 계열사인 IBK캐피탈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2020년 기업은행으로 복귀해 전무이사(수석부행장)를 지낸 후 2023년 기업은행장에 올랐다.
임기 첫해인 2023년 연결기준 순이익 2조6752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해 이자이익을 늘린 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금융시장 점유율(23.2%)을 직전연도보다 0.2%포인트 확대했다.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직전연도보다 5.9% 증가한 233조8000억원에 이르며, 이자 이익은 직전연도보다 6.1% 증가한 7조4667억원을 기록했다.
국책은행 본분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600억원 규모의 금리감면 프로그램과 2조원 수준의 이자 상환부담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창업초기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벤처캐피털 자회사 IBK벤처투자를 세웠다.
베트남과 폴란드에 사무소를 지었다. 법인전환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느린 기업 금융을 위해 태블릿뱅킹을 구축하고 있다. 중소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하며,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도록 은행 직원이 태블릿PC를 가지고 직접 고객을 방문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10월부터 구축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혁신유망기업 육성 강화를 위해 벤처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디지털전환을 전 사업부문으로 확산·적용해, 이를 토대로 글로벌 사업의 수익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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