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세 시작된 금융주...밸류업 겨울오나

금융주 주가 이틀 연속 폭락
외국인 투자자, 금융주 지분 절반 차지
수급 악재에 실적 악재까지 예상돼

김나경 승인 2024.12.05 18:15 의견 0
(사진=KB금융지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금융주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다. 밸류업 정책이 계속될지 불확실해진 데다, 향후 은행의 이자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점쳐져, 주가 하락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KB금융지주(-10.06%), JB금융지주(-6.79%), 카카오뱅크(-6.04%), 신한지주(-5.50%), 우리금융지주(-3.77%), 기업은행(-3.50%), DGB금융지주(-3.39%), 하나금융지주(-3.25%), BNK금융지주(-3.04%), 제주은행(-2.94%) 등 금융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일 밤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사태 이후,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진 여파다.

금융주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4대 금융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63% 이상이다. KB금융지주(78.14%) 주주 가운데 열에 일곱 여덟은 외국인 투자자이며, 하나금융지주(68.29%)와 신한지주(61.09%) 주주도 절반 이상이 외국인 투자자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도 46.11%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계엄사태가 일단락된 직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408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신한지주(652억원)와 하나금융지주(478억원), KB금융(471억원)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에서 나란히 2, 3, 4위를 차지했다. 기업은행(87억원)과 우리금융지주(81억원)도 각각 17위, 20위를 기록하며 20위권 안에 들었다.

이에 4일 하나금융지주(-6.67%)와 신한지주(-6.56%), KB금융(-5.73%), 우리금융지주(-2.79%), 기업은행(-2.11%) 등 금융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으로 마감됐다.

계엄령 사태에 대한 법적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슈 등 국내 정치 혼란이 이어지며,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적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 펀드 등의 고객들의 자금이탈 우려가 상존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조와 강달러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며, 향후 주가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했다.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한 3.00%로 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50%로 높여 올해 8월까지 13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다.

이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순이익은 이자수익이 늘어남에 따라 급증했다.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 합은 기준금리가 0.50%였던 2020년 7조7493억원 수준에서 기준금리가 3.50%로 유지된 지난해 12조3114억원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이자수익은 37조5037억원에서 81조591억원으로 부풀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대출 규제로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대출 확대에도 한계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 수익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키움증권은 “정치 불안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진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수출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이와 같은 기준금리 전망을 감안하면, 시장금리 또한 연말 2.50%까지 충분히 내려가면서 하방 압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대출자산 성장이 둔화되고 순이자이익(NIM)이 하락함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시장금리 하락으로 회사채 등 시장조달 여건이 개선되며 대기업들의 은행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은 둔화될 것이며,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도입과 함께 DSR 포함 대상이 전세대출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당국의 강한 가계대출 관리 의지로 가계부채 급증 지속 시 차주별위험가중치 상향, 총량 규제 등 강력한 후속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이미 대출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 중단했다. BNK경남은행과 광주은행, iM뱅크 등 지방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까지 전면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으로부터 월별/분기별 대출 취급 계획을 제출받기로 하면서, 내년 초가 되더라도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강달러로 인한 건전성 문제도 우려된다.

지난달 초 1375.5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 이후 1411.1원까지 오르며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42.0원까지 치솟았다.

5일 오전 11시 18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1414.50원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통 달러-원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3bp(1bp=0.01%p)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증권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혼란(계엄 사태) 이후에도 미국발(發) 무역 갈등 심화, 한국 경기 펀더멘털 부진 등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요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당분간 1400원대 (달러-원) 환율 레벨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키움증권은 “내년 상반기 트럼프 2기 정책이 조금씩 가시화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현재 수준보다 완화될 것”이라며 “미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제한되고, 국내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높아진 비관론은 조금씩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를 반영해 달러-원 환율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다시 1300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치 혼란으로 밸류업 정책이 불확실해졌다는 점도 변수다.

LS증권은 “윤석열 정부 주도 정책으로서 밸류업은 추진 동력 상실 위험에 노출됐다”며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큰 암초를 만난 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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