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내년 당기순이익 22조5000억원, ROA(자산수익률) 0.57%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리인하기조로 순이자마진이 감소하고, 연체율이 높아져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로 연체율이 줄면 순이자마진 감소 폭이 줄어들 것이며, 지난 3개년간 고금리로 유례없이 순이자마진이 컸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시 은행회관에서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자산은 작년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순이자마진 자체는 조금 감소했다”이라며 “비이자이익도 증가했지만, 외환 및 파생관련이익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외환과 파생관련이익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변동 폭을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축적한 기저효과로 올 상반기 대손비용이 전년대비 5000억원 정도 감소했다. 리스크관리를 잘했다”며 “하지만 올 하반기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가계대출 등 모든 부분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로 바뀌어 이 부분(건전성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반적으로 은행 순이익은 수치상 전년동기대비 1조5000억원 정도 감소했지만, 상반기 은행이 ELS 관련 충당금을 적립한 거라 전반적인 수익은 견조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 은행 업황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영도 은행연구실장은 “내년도 성장률은 예년만큼 높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은행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업권 내외의 경쟁 환경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 내부적으로 고민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김 실장은 “정부에서도 대출보다는 자본(투자) 중심의 정책기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금융 시스템 안전 요구와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은행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에 본격적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는 등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출 공급에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금리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래도 금리하락 기조가 금리 상승 기조보다는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국내 은행의 내년도 순이자 마진은 1.5%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연체 부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손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조4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나는 형태”라며 “경기에 따른 신용리스크 상승으로 기업대출 자체도 과거와 달리 대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은행연구실장은 “성장성과 순이자 마진 축소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내년도 국내 은행 이자이익은 62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보다 1조5000억원 정도 증가한 것”이라며 “2025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22조5000억원, ROA는 0.57%”라고 전망했다.
민홍기 딜로이트 금융산업 통합서비스그룹 대표 역시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성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고착화되면 장기 저성장에 빠질까 걱정된다”며 “지배구조 강화와 내부통제 보완 등 기초체력을 키워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미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어, 순이자마진의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 이들은 제2 금융에 많이 몰려있다. 금리하락과 함께 (연체율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예금 금리가 2%대 초반일 때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예금 금리 3%대에서는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은행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캄보디아 지역의 부동산, 건설업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건전성 이슈는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국내 은행이 글로벌 위기에도 견딘 이유는 대형 시중은행의 건전성이 잘 유지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순이자마진이 줄어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2021년 8월 금리 인상 이후 3개년 동안 국내 은행은 유례없는 큰 이자이익을 달성했다”며 “지난 3개년에 비해서는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견조한 이자수익을 유지할 것이다. 이자이익이 정체는 되겠지만, 드라마틱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국장은 그러면서도 “국내은행은 지금까지 순이자마진 축소에 대해 자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대출 부실 위험 등으로 이러한 방법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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