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2027년 고금리 후폭풍을 받은 미국 기업으로 인해 미국 증시가 하락할 거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러한 때 한국 기업이 지배구조 개혁에 나선다면 한국 증시 부양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시 은행회관에서 ‘2025년 경제 및 금융전망세미나’를 개최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백화점 주가가 13년째 하락하고 있다. 2011년에 20만원이 넘던 주가가 지금 4만3000원 정도다. 백화점은 순수하게 내수를 반영한다”라며 “한국은 내수가 약화되며 엔진 하나가 멈춰있다.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면서 안정감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우리는 내수가 약해진 환경에서 (경제를) 미국향 수출에 의존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소비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소득세를 낮추겠다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좋아지는 게 별로 없고 물가만 올라가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이 너무 비싸다고 이야기하면 귀담아듣지 않는다. 큰 하락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다”며 “내년 1~2분기가 (주가가) 가장 위험한 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20% 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5000포인트 초반까지 재진입할 수 있는 조정이 올 수 있다”며 “내년보다도 2026~2027년에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고금리의 부정적 효과가 2027년도에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미국 부동산 시장은 대부분 고정금리다. 평균 금리는 3.5% 수준이다. 하지만 2027년 전후 미국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과거보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미국 기업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2025년은 1분기는 위험하지만 2~3분기 기회가 오고, 4분기에 다시 위험해지는 주식시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 (주식) 시장이 언제 꺾일지는 모른다. 사이클이 없는 시장은 없다”며 “다만, 한국 주식시장이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펀더멘탈은 어렵고, 지배구조가 주주친화적으로 바뀌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코스피가 처음 2000에 육박했던 게 2007년 여름인데 저번 주 지수는 2500이 넘는 수준에서 끝났다. 17년동안 2000에서 2500으로 올랐으니, 연이율로 따지면 1.5% 수준”이라며 “주식이라고 하는 건 위험자산인데, 오랫동안 들고 있는 사람에게 보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밸류업은 무조건 배당을 많이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당기순이익의 36%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굉장히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재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게 주주에게 더 좋다.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너 경영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의 합병을 보면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맞게 의사결정이 내려진다는 부분을 부인하기 힘들다. 합병 비율이 한 회사에 유리하면, 다른 회사에는 불리하게 된다. 그러면 불리한 회사의 이사회는 본인 회사의 주주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쫓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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