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외국계 금융사의 매도 리포트에 급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등하는 모양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16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나 낮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추석 연휴 전인 13일 16만2800원 대비 19일 14만4700원으로 11.12% 주가가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셌다.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고 SK하이닉스 투자 의견을 비율 확대에서 '비율 축소'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사실상 매도하라는 의견이다.
보고서에는 D램 업황이 4분기에 고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과잉 공급일 것이며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공급과잉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저가 매수 전략이 타당하지 않으며,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대해선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매도 리포트 발간 전 모건스탠리 창구로 SK하이닉스 주식의 대량 매도 주문이 체결된 것이 밝혀지면서 금융감독원은 위법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로 휘발성 메모리인 DRAM(D램)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NAND(낸드)가 중심이다. S1, M10 일부 등 일부 팹(Fab·공장)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 생산과 파운드리(Foundry)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D램 중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RAM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혁신을 거쳐왔다.
5세대 HBM3E의 경우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엔디비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포스트 H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DDR5 기반 96GB·128GB CXL 2.0 메모리 솔루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은 HBM의 단점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CXL은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의 성능을 올리는 등 HBM과 기능과 역할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고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CXL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CXL 시장 규모가 2022년 1700만달러(약 230억원)에서 2028년에는 150억달러(약 20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곽 사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로 입사해 연구개발(R&D) 분야와 생산 현장을 두루 거친 정통 하이닉스맨이다.
미세공정 개발 연구를 맡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5년부터는 제조 현장을 담당하며 포스트 이석희(전 하이닉스 사장)로 주목받았다.
곽 사장은 지난달 20일 이천포럼2024의 일환으로 진행된 CEO 스피치에서 "AI 반도체 선구자로서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리딩해가는 것은 구성원이 모두 원팀으로 일한 덕분"이라며 "내년 초까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후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장기적으로 HBM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가 향후 2년간은 HBM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할 것이지만, 글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2026년 중하반기즈음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정세 불안 해소 지연, 미중 갈등 고조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리스크다.
◆ 선수 한 마디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모건스탠리의 주장처럼 반도체 가격이 하락을 시작한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D램 수요가 약해지면 반도체 업황도 안좋아질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보고서에선 HBM 재고율이 6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HBM은 거의 주문 생산형이고, SK하이닉스의 경우 2025년 12월까지 주문이 밀린 상태라는 주장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관련한 리스크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HBM 수요가 예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하락은 업황의 유의미한 변화보다는 관성적 사고에 따른 급진적 수익 실현의 결과로 판단된다"며 "안정적 HBM 수요에 기반해 성장률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설령 겨울이 오더라도 가장 돋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는 과거 되풀이되었던 공급과잉에 따른 주가급락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장은 7월 이후 갑자기 2025년부터 대규모 공급 과잉 발생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의 주가는 과매도 상황이고, 조만간 현재 문제가 되는 공급과잉의 과정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시장의 불확실성(미국 대선을 전후한 정치, 금리 인하를 전후한 경제, 지정학 등)이 어느정도 윤곽을 보이는 11월 이후에는 다시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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