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바람 타고...증권가, '쓴소리' 시작했다

네이버·NHN·GS 목표주가 줄하향
증권가 “주가 상승 위해 주주환원 해야”
밸류업 따르는 금융지주엔 칭찬 세례

김나경 승인 2024.07.10 09:14 | 최종 수정 2024.07.10 09:49 의견 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가 올해 2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증권사 연구원들이 주주환원이 미약한 기업들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통상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커버하는 기업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삼가는 분위기인데 밸류업 열풍 속에 애널리스트의 톤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연구원들은 보고서를 통해 주가가 부진한 상장사에 대해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목표주가 하향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증권사들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시켰다.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 대신증권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낮췄다.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설정했다. 그 외 DB금융투자는 23만3000원, 다올투자증권은 21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내렸으며, 신한투자증권은 직전 목표주가보다 10% 낮은 18만원을 제시했다.

커머스, 콘텐츠 등 주요 사업 부문의 매출 성장률이 둔화된 데 더해, 라인야후 매각 이슈로 글로벌 확장 포트폴리오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주가는 1년 동안 24만원대에서 17만원대로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LY) 매각 이슈로 장기 해외 확장 스토리가 깨지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확장이 막혔다는 점이 아쉽다”며 “카페24와 같이 전략적 제휴가 맺어졌음에도 시너지가 나지 않는 비유동 자산에 대한 활용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정책과 더불어 주주환원율을 높인다면 투자자 관심이 환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연속 순적자를 겪은 NHN 역시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을 요구받았다. NHN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순적자 318억원, 23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NHN 주가는 2021년 주가의 반토막도 되지 않는 2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 6월부터 NHN 목표주가를 최대 17%까지 하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3만원, 흥국증권은 2만9000원, 현대차증권은 2만8000원, 삼성증권은 2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자회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수익성 높은 웹보드 게임 사업의 캐시카우 역할도 이익 레벨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커머스 사업의 이익 회복세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 정리와 핵심 사업으로 집중이 필요하며, 이에 기반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자산 대비 크게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증권가는 GS에 콕 집어 주주환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흥국증권과 키움증권은 GS 목표주가를 각각 6만6000원, 6만1000원으로 하향시켰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GS 목표주가를 7만4000원에서 6만6000원으로 10% 넘게 낮추며 “목표주가를 하향한 이유는 올해 다소 부진한 실적 모멘텀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측면에서 부정적인 주주환원, 히든 밸류 등을 감안한 주당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이 기존 45%에서 54%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펼친 금융지주사 등을 향해서는 칭찬 세례가 이어졌다.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목표주가는 각각 이달 최고 11만원, 6만7000원, 8만6000원까지 상향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에 대해 “총주주환원율 40%를 가장 먼저 상회할 수 있는 은행으로서 밸류업 대장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에 대해 “주주환원 관련 모멘텀이 부각될 점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며 “올해 예상 순이익 증가율이 11%로 견조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소각주식비율은 3.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양호한 수익성과 주주와의 일관된 소통을 바탕으로 중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로 주주환원이 확대되는 그림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환율상승과 큰 폭의 대출성장에 따라 상반기 보통주자본비율 13% 미만을 하회하겠으나, 하반기 대출성장 속도 조절과 포트폴리오 관리로 기말 13% 상회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총주주환원율도 33.0%에서 38.2%로 상향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주주환원은) 주당배당 3500원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3000억원 외 추가 1000억원이 예상된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주가수익비율(PER)이 4.9배로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낮으며 3분기 지수발표, 4분기 ETF 개발 등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대돼 PBR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관계자는 "근본 습관이 안 바뀌면 암은 재발하듯이 밸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밸류업) 시늉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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