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이코노미 좌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정체성과 고객 체감 품질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좌석 수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지만, 장거리 노선에서의 승객 불편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 중인 B777-300ER 기종 11대의 이코노미 좌석을 3-3-3 배열에서 3-4-3 배열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해당 기종에서 일등석을 없애고 프리미엄 이코노미(PY) 좌석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도입을 추진 중인 PY는 좌석 폭 19인치, 앞뒤 간격 38~40인치 수준으로 이코노미보다 넓고 비즈니스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계된 중간 등급이다.
실제 글로벌 대형항공사(FSC)들의 사례를 봐도 이코노미 좌석 밀도 강화는 이미 일반화된 흐름이다.
항공사 평가기관 스카이랙스(Skytrax)가 선정한 2024년 1~10위 항공사를 기준으로 B777-300ER 기종을 분석한 결과 3-4-3 배열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에미레이트 항공, 캐세이퍼시픽, ANA(일본국제항공), 에어프랑스, 스위스항공 총 5곳이었다.
반면 3-3-3 배열을 유지하는 곳은 싱가포르항공과 일본항공(JAL) 등 단 2곳뿐이었다. 카타르항공, 터키항공, 에바항공은 두 배열을 혼용하고 있다.
3-4-3 배열은 같은 기종에서 좌석을 평균 30~40석 이상 늘릴 수 있는 구조로 항공사 입장에선 단위당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3-3-3과 3-4-3 두 기종을 모두 운영하는 항공사의 경우 최대 77석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승객의 체감 품질이다. 좌석 폭은 평균 1인치(약 2.6cm) 줄어들게 되며, 이는 특히 미주·유럽처럼 10시간 이상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에서 피로와 불편으로 직결된다.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전략은 독일 루프트한자의 방식과 유사하다. 루프트한자는 2015년부터 B777, A350 등 장거리 기종의 이코노미 배열을 3-4-3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했다.
다만 좌석 배치 변경 후 SeatGuru 등 리뷰 사이트에서는 "좌석이 좁고 불편하다", "장거리 비행에서 불편함이 크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브랜드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다. 41년 만에 기업 CI를 리뉴얼했고, 인천공항 라운지를 2.5배 확장하며 고급 라운지, 바리스타·바텐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슬리퍼·칫솔·담요 제공 확대, 고급 기내식 도입 등 서비스 전반도 정비 중이다.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에 힘을 쏟는 가운데 좌석을 더 좁게 재배치하는 전략이 이 흐름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 입장에선 수익성·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다양한 좌석을 배치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며 "좌석이 촘촘해지는 만큼 운임이 내려간다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한항공이 오래기간 고객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좌석을 너무 타이트하게 운영할 경우 자칫 대한항공의 이미지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첫번째 시도가 좌석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추진할 때는 타이밍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좌석 개조는 현재 다각도로 효용성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3-4-3 좌석 배치 시 운임 하락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