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에 맞서 동맹을 맺은 한진칼과 LS가 주주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9일 한진칼과 LS의 자사주 매각에 대해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포럼은 이날 'LS 자사주 처분, 한진칼 자사주 출연은 주주이익 침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두 회사가 겉으론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곤 실제론 지배권 방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LS와 한진그룹은 지난 4월 동반 성장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양사는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며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진칼은 호반그룹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는 LS와 손잡고 반(反)호반 연대를 꾸리는 모습이다.
[사진=한진칼]
한진칼은 지난 15일 자기주식 0.66%(약 663억원)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기금 출연 이튿날인 5월 16일 LS는 채무상환을 위해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인수해 LS 주식 38만7365주(전체 발행주식의 1.2%)로 바꿀 수 있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애플과 구글, 애플과 TSMC, 엔비디아와 TSMC는 수십 년간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했지만 상호주를 보유하지 않았다"며 "협업은 자본거래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업이라는 명목하에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라며 "지배권 방어는 높은 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주주의 돈인 회사 현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지배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단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출연은 그동안 KT&G 등 많은 상장사가 악용해 온 지배권 방어 목적의 기부행위와 같은 취지"라며 "자사주 처분은 유상증자와 같은 성질인데, 기부는 주식을 무상으로 공여하는 셈으로, 오히려 현금 출연이 나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한진칼 이사회와 김석동 의장을 겨냥해서도 "이번 자사주 출연이 이사회 심의 의안대로 지배권 분쟁과 무관하며 순수하게 복리후생을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정말 맞는가"라며 "사외이사들은 독립적 판단하에 주주가치 영향을 재검토해야 하길 권한다"라고도 했다.
LS에 대해서는 밸류업 계획 발표와 보유 자사주 15%(485만 주)에 대한 소각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소각과 즉시 기존주주 가치가 18% 증가한다"며 "자사주가 금고주의 형태로 장부에 남아있으면 대규모 주가 디스카운트 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