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주요 금융지주 종목에 하락 베팅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상호관세와 미·중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으로 은행권의 실적과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지난 7~10일) 메리츠금융과 우리금융, 카카오뱅크의 전체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은 각각 22.72%, 19.95%, 17.82%에 달했다.

그 외 하나금융(8.82%), BNK금융(6.87%), 한국금융(5.51%), 신한지주(4.49%), KB금융(3.95%) 등 4대 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금융주 대부분이 공매도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금융과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매도 재개일일 지난달 31일 이후 공매도 비율은 각각 25.85%, 23.90%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공매도 비율도 12.69%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주 주가는 공매도 재개(지난달 31일) 이후부터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발표된 지난 10일 전일(9일)까지 하락세를 거듭했다.

이 기간 각 금융종목의 하락률은 메리츠금융지주 12.36%, 카카오뱅크 13.16%, 하나금융 14.85% 등이다.

공매도란 고점에서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돌려줌으로써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공매도 증가는 해당 종목에 거품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금융주가 공매도의 타깃이 된 이유는 미국 상호관세와 강달러로 인해 은행권의 실적과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금융지주들이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실적과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대출 분야의 부진으로 실적이 떨어지고, 강달러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 체계에 더해 수도권 지역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가계대출 상품인 주택담보대출 성장에 영향을 받게 됐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언급하며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확대됐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자금수요가 줄어 기업대출도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기업 부문의 부실 확대 우려와 가계 및 내수에 미치는 효과,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변동성 증가 등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달러로 인한 외화자산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전망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에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 하락은 제한적”이라며 “오는 2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고조되는 1500원까지 열어 두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건전성 척도인 CET1 비율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0.8~2.5b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 팀장은 “공매도가 많이 쌓였다는 건 매도 압력이 높아진 것”이라며 “매도 물량이 많이 쌓여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매수 심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요인으로 개별 종목 입장에서는 장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별 종목단에서 장점을 찾기 어렵지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는 자유로운 제도 아래 기업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선진시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