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저유가 기조가 맞물리면서 항공사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6.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90일 유예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27.7원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된 9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에 다가섰다.

중국이 보복관세와 위안화 절하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에도 국내 정치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환율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고정비용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환율 민감 업종으로 꼽힌다.

아울러 외화표시 부채 평가손실 규모도 커진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35억달러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약 3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화물 부문에선 환율 상승이 수익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다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등했던 화물운임이 정상화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발 제품에 적용하던 소액 화물의 무관세 혜택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실질적인 수익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엔화 상승도 악재다. 10일 기준 일본 엔화는 100엔당 992.17원을 기록해 1000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엔저 현상으로 여행경비 부담이 감소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국내 여행객이 증가했다. 하지만 엔화가 1000원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일본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챗GPT]

반면 유가는 하락세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2.3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는 단기 급등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로는 낮은 수준이다.

항공사 유류비는 전체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비용 절감으로 이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경우 약 250억원 내외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는 모두 영업비용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수익성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환율과 유가가 모두 떨어져야 항공사에 이익이다"며 "현재까지는 수익성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항공 사고와 고환율, 정치 불확실성 등 악조건이 중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여객수송량 은 전년비 8%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용 측면에서는 국제유가가 최근 큰 폭 하락했는데,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1/3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800달러 미만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정책이 폐기되면서 미주향 항공화물 물동량 감소 우려가 있으나, 중대형 화물기 공급은 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항공화물 업황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