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장기화 되고 있다.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이 환율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 만큼, 보통주자본비율(CET1) 악화로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9.80원 오른 1463.90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 등으로 1430.80원까지 하락했었지만,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 발표 후 중국의 보복 관세 발표 등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며 단숨에 1460원대를 돌파했다.

당분간 환율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금융)의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목표는 13.0%인데, 강달러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실적이 줄면 CET1이 악화되며 주주환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CET1은 금융지주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통주,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등 보통주자본을 회수 가능성이 낮은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연체율 등이 늘어 분모인 RWA가 커지거나 실적 등이 줄어 보통주자본이 감소하면 CET1이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각 금융지주의 CET1은 ▲KB금융 13.51% ▲신한지주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08% 등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4월 들어서야 정치적 영향으로 환율이 (잠시) 내렸다. 생각보다 하락 폭이 작다”며 “환율은 오는 6월 3일 있을 국내 대선 영향(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보다 트럼프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장사를 하던 해외 기업들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되며,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달러)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즉각적으로 외화자산 관련해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이 높아지며 CET1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내수 악화로 실적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달러 영향을 상쇄시킬 요인도 부족하다. 금융지주의 RWA는 이미 악조건 아래 놓여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 업종 대손율은 0.44%로 전년동기대비 4bp 상승할 전망”이라며 “연속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차주 채무상환능력 악화가 누증됨으로써 부실채권 신규발생액이나 연체율, 신규연체율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KB금융지주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환원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가장 최근의 CET1 환율 민감도는 10원당 2bp였다. 작년 말 CET1 비율은 13.53%다. 이 부분이 오는 6월까지 유지돼야 하반기에 추가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장이 안 되면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분기 단위의 성과가 아닌 롱텀(긴 기간)으로 KB금융지주가 공유한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