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재무리스크 우려에…6조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회사채 신용도 보강
초강수 대책으로 시장 우려 잠재울지 주목

김선엽 승인 2024.11.28 10:02 의견 0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

짧은 시간 안에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함에 따른 자구책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을 준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는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3개년 평균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 5배 이상 및 부채비율 200% 이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그룹 제공]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27일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조치”라며 “위기설에 대한 그룹의 책임 있는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월드타워의 가치는 약 6조 원에 달하며, 이를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롯데케미칼은 수년간 이어진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2021년 1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회사는 2022년 7626억 원, 지난해에는 3477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600억 원에 달한다.

적자 확대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수요 감소 ▲높은 투자 비용 등이 지적된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5조 2,000억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와 2조7000억 원 규모의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 대규모 투자 등이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약 2조 원을 포함해 총 4조 원의 가용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도 약 75% 수준으로 업계 평균 대비 견조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그룹 전체로는 총 15조4000억 원의 가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롯데케미칼은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재무특약 사항을 조정하고, 차입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순차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의 이번 담보 제공은 이러한 조치와 함께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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