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부 항만파업 종료...HMM 실적 빨간불

미국 동무 항만 파업 종료...6년간 임금 인상률 62% 합의
파업 조기 종료 SCFI 하락에 영향 미칠 것
HMM 3분기 영업익 1조원 전망...내년 실적 우려

박소연 승인 2024.10.04 19:32 의견 0

미국 동부 지역의 항만 파업이 종료되면서 상승가도를 달리는 HMM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3일(현지시간) 파업을 끝내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3일간 중단됐던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항만 노동자들은 1일(현지시간) 동남부 항구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동남부 해안 전역에 걸친 파업은 1977년 이후 처음이다. 폐쇄 지역은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에 만료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견해차가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노조는 시간당 임금을 77% 인상을,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50% 인상을 요구했다. USMX는 선사, 터미널 운영사, 항만 당국을 대표한다.

최종적으로 노조는 USMX와 6년간 매년 시급을 4달러씩 인상하는 임금 계약에 합의했다. 첫해 인상률은 기존 최고 임금인 시급 39달러의 10%가 조금 넘는다. 이후 5회의 임금 인상을 통해 6년간 임금 인상률은 62% 수준이다.

다만 아직 ILA 조합원들의 합의안 비준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파업은 재개될 수 있으며,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비준 투표를 통해 거부된 사례도 있다.

이번 합의로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항만노조 파업으로 하루 40억달러 안팎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파업 장기화로 크리스마스 전 연말 쇼핑 시즌에 심각한 수급 혼란이 발생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지난 2022년 발생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또한 코로나 팬데믹 때 공급망 차질로 빚어지면서 발생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컨테이너 운송비는 약 400% 상승했다.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HMM 컨테이너 선박' [이미지 편집=박소연 기자]

글로벌 경제 피해를 피한 것과 별개로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주들은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HMM은 전 거래일 대비 880원(4.89%) 내린 1만711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국내 해운주는 파업 여파에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항만이나 항로가 막히면 물류 수요 대비 선박 공급량이 감소해 해상 운임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항만 파업이 예고됨에 따라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미국 서부로 우회하는 서비스 대체 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럽-미국 동부 등 노선은 대체할 항로가 없는 상황이었다.

파업에 대한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질 경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하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CFI는 중국 상하이발 15개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 스팟 운임을 반영하는 지수로 해운업계의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해운업계의 손익분기점은 SCFI 1000포인트로 알려졌다. 올해는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홍해 사태 등 영향으로 해상운임이 급증하면서 지난 7월 5일 기준 SCFI가 3733.80까지 치솟은 바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선사들이 워낙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노조에 62% 임금인상을 약속 합의한 것"이라며 "파업이 조기에 종결됐기 때문에 SCFI 해상운임이 급격히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금 인상률이 62%에 이르는 가운데 임금 인상이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항만 노조에 지급하는 임금은 터미널 운영사가 지급하는 것이다. 터미널 운영사에 지급되는 하역료는 선사가 지급한다. 하역료 중 항만노조의 노임이 원가의 일부로서 영향은 있지만 선사 원가에서는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항만 노조 임금 인상으로 해상운임을 추가로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크게 우려만 한 사안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3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759억원) 대비 1259.42% 오른 수치다. 해당 분기에는 해상 운임 상승이 본격화됐던 시기였고 성수기 할증료(PSS)까지 반영됐다.

앞서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6444억원을 기록했다.

구 회장은 "올해 4분기까지는 HMM의 실적이 괜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4분기에 영업이익이 떨어질 것이고 내년 1분기부터는 급락하기 때문에 이번 파업 종료는 HMM 실적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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