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지키는 두 가지 방법

영풍·MBK공개매수 2거래일 남아
최 회장 일가, 30일 저녁 경영권 방어 방안 밝힐 듯

김나경 승인 2024.09.30 16:26 | 최종 수정 2024.10.02 10:44 의견 0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감일이 2거래일밖에 남지 않았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MBK가 차지하게 된다.

지난 70년간 고려아연 경영을 도맡은 고(故) 최기호 공동창업주 일가도 경영권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최씨 일가는 30일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 할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지 향방을 밝힐 예정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이하 홀딩스)는 지난 26일 고려아연 보통주 1주당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격을 넘어가자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홀딩스가 공개매수가격을 올리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25일 고려아연 주식은 공개매수 발표 전날보다 26.6% 상승한 7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과 홀딩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이들은 지분율 40.1~47.7%에 이르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기존 지주사 영풍을 담당하던 장씨 일가가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고려아연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영풍그룹은 故장병희·최기호 공동창업주 이래 70년간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동업관계를 이어왔었다. 장씨 일가가 지주사 영풍과 전자사업,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고려아연 경영권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손에 쥘 전망이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MBK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영풍과 MBK는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의결권 공동행사를 위한 경영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통해 MBK는 영풍보다 이사 1명을 더 선임할 수 있다. 대표이사(CEO)와 재무담당임원(CFO)도 MBK가 직접 선임한다. 공개 매수 후 콜옵션을 행사해 영풍보다 1주 많은 고려아연 주식을 가질 수 있는 조건도 걸었다. MBK는 향후 고려아연에 투자한 자금을 매각(엑시트)할 때 영풍이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으로 추후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보다 용이하게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을 예정이다.

반면, 영풍은 MBK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자신에게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있지만, 올 상반기 기준 영풍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유동금융자산이 5000억원에 불과해 1~2조원에 이르는 MBK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는게 불가능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역시 경영권 방어에 들어갔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를 공시한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즉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최 회장 측이 영풍과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소 11.0% 수준의 지분이 더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현대차·한화·LG화학 등 그의 우호세력의 고려아연 지분은 34.0% 수준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업계에서 거론되는 방법은 크게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 두 가지다.

자사주 매입은 고려아연의 회삿돈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적고, 사모펀드 등 외부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기관예치금만 1조199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25일에는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가량의 추가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은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다분하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회삿돈으로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개인의 경영권은 개인 돈으로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일”이라며 “미국이라면 바로 배임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 측이 이러한 비난을 감수하고 자사주 매입을 하려해도, 아예 공개매수 기간 내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다. 영풍과 MBK 측이 공개매수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에 대하여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MBK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계열사로 특별관계자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기간 주가조작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해 공개매수자의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가 아닌 방법으로 지분을 늘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개매수기간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들어가 회사에 손해를 끼쳐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도 봤다.

금융감독원도 날카로운 감시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부원장 회의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등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이 직접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 개인 지분을 늘리는 방법도 예상된다. 최 회장이 너무 적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다시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공법으로 통하는 방안이다.

우호지분을 끌어모은 최 회장 측 지분은 34.0%가량으로 영풍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사실상 지난 19일 기준 영풍 측과 특별관계를 해소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실제 지분은 15.65%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은 1.84%에 불과하다.

대항 공개매수는 영풍·MBK와 같이 대항 공개매수 파트너를 구해 SPC를 만들어 공개매수자로 세우는 방법이 유력하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대항 공개매수 파트너로는 한화그룹,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츠(KKR), 한국투자증권, 메리츠금융 등이 있다.

또한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주축으로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 컨소시엄에게 브릿지론을 받아 1조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는 주말을 제외하면 내달 4일에 마감된다. 국군의 날과 개천절을 제외하면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남은 거래일은 2거래일 정도다. 그 전에 SPC설립, 공개매수 자금 예치, 공개매수 가격 결정 및 금융감독원 신고 협의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일에는 대항 공개매수 구성원이 결정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오늘(30일) 저녁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한다면 개인의 경영권 방어가 아닌 (MBK가) 국내 기술을 해외로 매각하는 등의 (경영상) 위험이 있어 회사를 지키려는 현 경영진의 결정이라 배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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