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 주가 하락 공포에 주매청 폭탄 위기

SK·두산 상장사 주가, 주매청가격보다 ↓
삼성증권 “주가 변동성 요인…방어적인 대응 필요”
주주 지분 4%만 청구해도 상한액 넘어
두 그룹 “추이 지켜봐…상한액 넘으면 재검토 예정”

김나경 승인 2024.08.06 16:08 의견 0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로 국내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자, 지배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SK그룹과 두산그룹 상장사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그룹은 청구 기간이 남은 만큼 향후 주가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준비한 상한액보다 많은 청구가 이루어지면 개편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배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장사 SK이노베이션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오전 10시 22분 기준 주가는 SK이노베이션 9만9800원, 두산에너빌리티 1만7000원, 두산밥캣 3만5800원, 두산로보틱스 6만2700원이다.

반면 각 상장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SK이노베이션 11만1943원,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밥캣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으로 이보다 높다.

앞서 SK그룹과 두산그룹은 대대적인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하며 이에 반대의사를 가진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SK E&S, SK온·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신설회사에 두산밥캣을 종속시킨 후, 신설회사를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주식교환을 진행한다. 이후 두산밥캣은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주가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미국 경제의 급격한 고용 냉각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코스피 낙폭의 주요한 원인으로 해석된다”며 “미국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 등 지정학적 위험의 심화와 미국 대선 혼란 등 변동성 요인이 있어 방어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종목 주주들은 주가가 주식매수가격보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 보고 반대신청에 몰릴 전망이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반대신청 빨리하라”, “반대 매수 청구하여 현 주가보다 25% 안정 수익으로 손실 극복하는 게 훨씬 좋다”는 의견을 내고 있으며, 두산밥캣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 관련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

SK그룹과 두산그룹이 준비한 주식매수 금액은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몰리면 지배구조개편을 재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절반을 차지하는 소액주주 가운데 7% 지분만 주식매수를 청구해도 상한액(8000억원)을 초과한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개편의 첫 단추부터 문제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지분율은 62%에 이르며, 이들 중 지분 4%만 주식매수청구에 나서도 상한액 6000억원을 넘긴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옮겨받지 못한다면, 자회사와 모회사간에 실시되는 포괄적주식교환도 불가능해 진다.

두 그룹은 주식매수청구기간이 아직 남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매청에 대해 8000억원까지는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청구금액이 상한액을 넘어가면 경영진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늘 다행해 10만원 위로 주가가 올라왔다. 현재 주가 추이를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아직 (주매청행사기간)시간이 많이 남았다. 상한액이 넘으면 이사회나 주총을 통해 진행여부를 한번더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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