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우려 없는 상법 개정안 나왔다..."주주를 공정하게 대하라"
기존 개정안은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부과
김현정 의원안, '모든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로 전환
전문가 "기존의 법안보다 구체성과 현실성이 높아졌다"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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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0:08 | 최종 수정 2024.08.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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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늘면서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가 우려하는 배임죄 확대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이사회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법안이 새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지난 5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대신 '공정의무'를 새롭게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382조의3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에서 '회사'를 '회사와 주주의 이익'(강훈식 의원안),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정준호 의원안) 등으로 수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포함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회사의 이익', 예컨대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계획 등을 포기하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배당을 해야 하느냐는 식이다.
또한 재계는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확대되면 이사회 구성이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현정 의원안은 재계의 반발과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용이 구성됐다.
우선 상법 제382조의3의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한 법조문을 그대로 1항으로 두고, 2항을 신설해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모든 주주를 공평하게 대할 책임을 부과하지만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경기도에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면 이는 최대주주만 이익을 누리고 일반주주는 차별받는 경우가 아니므로 '이사의 공정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김현정 의원안은 상법 제382조의3에 3항을 신설해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가 제2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사회가 소수주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의사결정을 했을 때 책임을 면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이사가 공정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그 이사에게 업무를 지시한 대주주(업무집행지시자)도 이사로 간주해 이사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 법안은 OECD 기업 거버넌스 원칙에서도 강조하는 주주에 대한 공평 대우 의무 (equitable treatment of shareholders) 및 미국 회사법 상의 소수주주의 다수결 (MoM, majority of minority)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법안보다 구체성과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 부회장은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공정'과 '공평'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경우 의무 이행으로 '본다'고 한 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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