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꺾일라"...노조 파업이 불안한 삼성전자 주주들

전삼노,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현 파업 규모 생산 차질 빚기 어려워"
"파운드리는 달라...고객사 신뢰 잃을수도"

박소연 승인 2024.07.11 18:33 | 최종 수정 2024.07.11 18:46 의견 0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주주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40명이다. 이중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이 5211명이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3만1000여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천명)의 25%가 가입한 셈이다.

전삼노는 사측에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결정한 바 있다. 성과 인상률 2.1%를 더하면 노조가 요구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다.

[자료=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과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에서 파업 목적이 '생산 차질'라며 이로 인한 손해는 회사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날 350여명이 기흥 사업장 8인치 라인 앞에서 파업 참여 독려 활동을 진행했다. 오는 12일은 평택탬퍼스 HBM(고대역폭메모리) 라인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파업은 반도체 업턴(상승시기)을 앞두고 실적이 반등 중인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잠정실적 기준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1%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1452% 상승했다.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HBM3E 납품을 위해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파업의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은 자동화 시스템과 외주 공급망이 갖춰져 있어 현 파업 인원 수준으론 생산에 차질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장 사업장에서 매일 휴가를 쓰는 인원이 수천명이다"며 "그 정도 파업 인력은 충분히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단기적으론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업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는 다르다"며 "특정 한 공정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반도체 생산 라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고객사 입장에서 메모리반도체는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파업 여부가 크게 상관이 없지만 파운드리의 경우는 다르다"며 "파운드리는 정해진 기일과 물량 등 약속된 사항이 있는데 공장이 멈출 경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고, 고객사 입장에선 향후 삼성전자를 믿고 발주를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HBM과 관련해선 노조 파업이 단일 품목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등하고, 주가가 반등하는 현시점에서 노조 파업에 대한 일반 주주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면 10만전자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파업 영향으로 주가 상승세가 꺾일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11일 삼성전자는 장중 52주 최고가인 8만8800원을 기록하는 등 주가가 우상향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생산에 차질이 없으며 향후 생산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재개 또한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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