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디즈니’ 꿈꾸는 네이버웹툰…나스닥 상장 후가 본게임

네이버웹툰 모회사 나스닥 상장 추진
IPO주관사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나스닥은 실적 없으면 투자도 없어
네이버웹툰, IP 발굴·확장 사업 집중

김나경 승인 2024.04.30 10:08 | 최종 수정 2024.04.30 15:52 의견 0

네이버웹툰의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포스트 디즈니’의 꿈을 안고 오는 6월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웹툰을 탄생시킨 이래 20여 년간 생태계 구축을 마치고 지난해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은 거래소의 필터링 없이 오로지 실적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는 나스닥 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받기 위해, 웹툰을 필두로한 지적재산(IP)의 발굴·확장으로 실적 개선을 꾀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오는 6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블룸버그는 네이버웹툰이 두 투자은행 외에도 추가로 주관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2004년 12월 세로형 온라인 만화 플랫폼 웹툰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네이버는 2015년 네이버웹툰을 사내독립기업(CIC)로 승격시켰으며, 네이버웹툰은 2017년 네이버에서 분사됐다.

2020년 12월 웹툰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국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웹툰 지분율 100%의 모회사가 됐다. ‘네이버(지분 71.2%)→웹툰엔터테인먼트(지분 100%)→네이버웹툰’ 지배구조가 구성된 것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지난해 1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 지식재산권(IP)을 확산하는 ‘포스트 디즈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임원진은 김준구 대표, 사내이사인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와 김창욱 스노우 대표 등이다.

특히, 김준구 대표는 회사가 사내독립기업이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네이버웹툰을 이끌어온 인물로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겸임하며 네이버 웹툰 사업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 사내벤처(company-in-company : CIC)로 시작해 나스닥 입성

김 대표는 2004년 실력있는 작가 발굴을 위해 누구나 만화를 업로드할 수 있는 아마추어 플랫폼 ‘도전만화’ 서비스를 고안했으며, 2013년에는 창작물을 바탕으로 콘텐츠 유료 판매, 광고,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등 수익을 다각화한 모델(PPS, Page Profit Share)을 도입했다.

네이버웹툰은 PPS를 바탕으로 웹툰을 굿즈와 단행본, 영상화, 게임 등으로 활용하는 2차 매출 구조를 구축했다.

또한 해외 시장에도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영어·중국어(간체·번체)·일본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웹툰을 제공해 콘텐츠의 영향력을 높였으며, 각국에도 ‘도전만화’ 시스템도 도입해 현지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는 현지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간 수익성을 쫓기보단 웹툰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던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첫 에비타(EBITDA , 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에비타는 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비용 등을 차감하기 전 실제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나라와 기업별로 차감되는 요소들에 차이가 있어, 이 차이를 제거함으로써 기업의 실제 가치(현금 창출 능력)를 평가할 때 판단 근거로 활용되곤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이 지속적인 리소스 효율화, 크로스보더콘텐츠 확대, 신규 사업모델(BM)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의 성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을 기업공개(IPO)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본격적인 IPO 추진을 알린 것이다.

다만, 실제 나스닥 상장 대상인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재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평균적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40억 달러, 네이버웹툰의 적정 가치는 5조원 내외로 평가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를 기반으로 약 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웹툰사업의 본게임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이후다.

나스닥 시장은 거래소의 필터링 없이 전적으로 시장이 판단하는 주식시장이다. 나스닥 상장이 성공적인 자금조달과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업능력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3부 리그 수준인 나스닥 캐피탈 마켓으로 강등돼 투자 유치는 고사하고 상장 유지 비용만 소모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폐지됐다.

◆ 한국 기업의 무덤 나스닥...이제부터 본게임

미국의 나스닥은 국내 코스닥 상장보다 비교적 유연한 상장요건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한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달리 별도의 상장폐지 요건도 없어 거래소의 필터링 기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매출과 수익성 기준에 따라 1급인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 2급인 나스닥 글로벌 마켓, 3급인 나스닥 캐피탈 마켓으로 나뉜다. 3급 나스닥 캐피탈 마켓은 거래실적과 순이익이 없어도 시가총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기만 하면 상장 가능한 곳이다.

각 등급은 실적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강등되거나 승격되며, 등급별 기업들은 위상 차이는 커 자금조달규모가 평균 2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포스트 디즈니’를 노리는 네이버웹툰도 이를 단단히 대비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1년 6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한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내부 경영진 체제를 손보며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인재 영입도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내 다양한 기업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 ‘재무통’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리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김용수 네이버웹툰 전략 실장도 상장될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승진하며 중책을 맡았다.

◆ "모회사 네이버 주가에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회사가 그간 공들인 생태계는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교류하는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수준으로 성장했다. 번역과 현지화를 통해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거나 해외 콘텐츠가 국내로 들어오며 자유롭게 교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웹툰 사례로는 국내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연애보다 결혼’을 각색해 만든 웹툰 ‘아워 시크릿 매리지’다. 이 웹툰은 인도네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 콘텐츠 수가 2021년에 비해 약 6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영상화를 통한 IP 확장도 주요 전략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 영상, 이미지, 음원으로 이어지는 양질의 IP 발굴·확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기업과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 등을 종속·관련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이 회사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종속기업으로 컨텐츠 제작과 영상검색 솔루션 개발 등을 하는 스튜디오리코, 스튜디오엔, 문피아, 작가컴퍼니 등 종속기업 4곳과 웹컨텐츠 제작·유통, 비주얼노벨 게임 개발·서비스, 애니메이션 제작·유통 등을 하는 관계기업이 31곳을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준기, 박은빈, 구교환, 송강 등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기획사 나무엑터스의 지분 20%(구주 3만 3593주)를 약 62억원에 인수했다. 작품을 활용한 영상화 작업을 예고한 것이다.

다만,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네이버 주가 부양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40억달러의 기업가치는 시장 상황 및 peer valuation(비교기업을 참조한 가치 평가 방법)을 감안할 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나 네이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정도 또한 아니며 상장 이후 네이버 지분율 희석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