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G’는 러시아 수준?... 거버넌스 포럼 “ESG 중 G 중요해”

G등급 낮은 기업이 ES등급 높으면 오히려 기업가치↓
최동범 교수 “경영진과 최대주주 결정에 대한 신뢰 낮아”
서스틴 “글로벌 납품 문제…G부터 개선하면 골든타임 놓쳐”

김나경 승인 2024.04.21 11:52 의견 0

세계적으로 ESG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ESG는 G(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영진과 대주주의 결정에 대한 신뢰 없이 ES(환경·사회구조)를 추구해도 기업가치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TowIFC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로 ‘한국에서 ESG 중 G의 역할과 중요성’ 세미나가 열렸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고경연 수원대학교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다.

19일 ‘한국에서 ESG 중 G의 역할과 중요성’ 세미나에서 최동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국내 ESG 문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기자)

이날 국내 민간ESG연구기관과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G)가 열악하다는 데 공감했다.

최 교수는 “미국은 지배구조가 잘 성립됐다. (오히려) 과도한 주주 중심 주의의 반동으로 ES 추구를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건전한 거버넌스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E와S를 경영성과에 반영시키면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ES성과가 양호한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충격과 같은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을 더 잘 버티는 경향을 보였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신뢰와 같이 사회적 자본이 형성돼 소비자와 직원, 투자자 등이 기업에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애초에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투명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는 상태로, 이들이 ES성과를 이야기해도 믿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G등급이 높은 기업은 ES등급이 올라가도 기업가치에 차이가 없었지만, G등급이 낮은 기업이 ES등급이 올라갈 경우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이는 ES를 추구하면 돈이 필요해 현금보유가 줄어들어 유동성이 떨어지고 주주에게 약속을 많이 해 고정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유동성은 떨어졌는데 오히려 사회적 유대감을 얻는 데는 실패해 타격이 컸다. 거버넌스라는 것이 ES추구의 효과가 생기기 위한 토대인데 이게 부족한 우리 사회에 미국 자본시장의 경우를 가져오는 게 맞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는 “우리나라는 이사의 의무 규정 등 기초적인 1단계 주주보호도 없다”고 동의했으며, 모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지금 주가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거버넌스는 중국과 러시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ESG 중 G의 역할과 중요성’ 세미나에서 제시된 의 일단주주 보호 수준. (사진=김나경 기자)

다만, G를 먼저 개선하고 ES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는 사회공헌이나 착한 경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대응 못하면 우리나라 큰일난다. 환경 고려 차원이 아니라 납품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다. 지배구조부터 하면 나중에 (ES를) 언제 대비하냐. 시장이 줄어든다. 골든타임이 있어서 같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의 경우 유럽에 13~14% 수출하는데, 유럽 기업이 탄소저감요청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화학회사의 경우에도 EU에 1억5000만원 정도를 납품하고 있다. 20년 동안 거래했음에도 3년 내 에코바디스(ESG공급망 평가)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을 받아오지 않으면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ESG평가가 국제적으로 표준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류 대표는 “2019년까지만 해도 ESG 가이드라인이 수백 개였지만 최근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와 바이든 정부의 ESG 정책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표준화를 주도할 것이라 보지만 IFRS의 단일중대성과 GRI (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이중 중대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ESG에 대해) 어떻게 갈지는 트럼프가 당선될지 아닐지를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바이든은 당선된 후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으며, 트럼프는 당선되면 파리기후협약을 다시 탈퇴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미국 기업도 유럽 수출이 많다. 유럽에 수출하려면 ESG 공시를 해야 한다. 미국이라도 규모가 되는 기업은 이를 준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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