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위임해 주세요"...헤지펀드에 맞서 주주에 SOS 친 삼성물산

오는 3월 주총...헤지펀드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
헤지펀드연합, 자사주 소각 및 현금배당 요구
주주환원 규모 1조2364억...2개년 잉여현금흐름 100% 초과
삼성물산 "성장동력 확보 및 투자재원 확보 어려워"

박소연 승인 2024.02.20 17:40 | 최종 수정 2024.02.20 17:47 의견 0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부딪힌 삼성물산이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양측의 표 대결에서 헤지펀드 연합이 이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은 내달 15일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공지하고, 시티오브런던과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미국계), 안다자산운용(한국계) 등 5개 국내외 헤지펀드들이 주주제안한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의안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

​아울러 삼성물산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 대리인을 선정하고, 주주들에게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헤지펀드 연합이 주주총회에서 요구하는 주요 안건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보통주 1주당 4500원(우선주 4450원) 배당 등이다.​

​삼성물산은 2023년 회계연도 보통주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삼성물산의 3개년(2023~25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에서 배당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주당 2550원이라는 배당은 배당정책내 최대치인 관계사 배당수익의 70%에 해당한다. 또한 전년비 총액이 10.9% 증가한 규모로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의 49% 수준이다.

​자사주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2월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는 2342만2688주로 유통주식의 총 12.62% 수준이다. 기존 주주환원정책에선 5년간 소각하기로 밝혔지만, 3년 내 소각으로 기간을 대폭 줄였다.

삼성물산은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 서류를 통해 주주제안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주주제안은 삼성물산이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364억원으로 2323년과 2024년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며, 이러한 현금 유출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따라서 이사회 제안에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회사에 위임하길 바라며, 대규모 재원 유출로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주제안에는 반대하는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헤지펀드가 표 대결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헤지펀드 연합의 지분율이 1%대인데 비해 이재용 회장 등 13인, 자사주, 우호세력인 KCC 등 지분을 합치면 삼성물산 측 지분율은 55%를 넘어서게 된다. ​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삼성물산의 주가는 반응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 19일 52주 최고가인 17만1700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17만원을 넘어선 것은 9년 만이다. 20일은 전 거래일 대비 4.75% 떨어진 16만23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표 대결에서 헤지펀드들의 승산이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임에도 일부 소액주주들은 헤지펀드에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주주제안에 찬성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한 주주는 "주당 4800원 배당은 이미 10년 전에 삼성물산이 한 약속이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일반 주주가 아니라 삼성물산이다"며 "지주회사격이라도 유보율 10만% 넘는 기업에서 배당률 5%도 안되는 4800원 배당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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