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사주의 마법' 손본다...강제소각 등 검토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 고려

김나경 승인 2023.06.08 17:05 의견 0

금융당국이 상장법인의 자사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가 5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관행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최대주주의 추가 출연 없이도 지배력이 확대되는 소위 '자사주 마법'은 문제"라며 "또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사주 맞교환' 과정에서 의결권이 부활함에 따라, 일반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건전한 경영권 경쟁도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만기연장·상황유예 연착륙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김 부위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편"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이를 초과하면 소각 또는 매각도록 정한 독일의 사례나, 자사주를 자유롭게 취득하더라도 인적분할 시에는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영국·일본·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크게 다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상장법인의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자사주의 다른 권리는 정지되지만, 실무적으로 합병과 분할 시에는 자사주에 신주배정 권리를 인정하는 점, 판례 등에서 자사주 처분과 신주발행을 다르게 취급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자사주에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자사주 처분을 신주발행과 같게 취급함에 따라,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활용할 실익이 크지 않고 따라서 자사주 논쟁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사주의 보유 한도를 설정하거나 강제 소각하도록 하는 방안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신주발행과 같은 절차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 △자사주 맞교환을 금지하는 방안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는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등 주주 권리를 정지하는 방안 △시가총액 계산에서 자사주를 제외하거나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금융위는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열린 자세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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