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주가로 말한다] 트러스톤과 샅바싸움..정철현 태광산업 대표

전기차·5G 광케이블용 '아라미드' 투가 가능성 커
흥국생명 오너리스크 덮고자 12조원 투자발표 비판
오너일가 지분율 54.53%, 태광산업 주주환원정책 윈윈
태광산업, 외부 감사 선임안 채택 안 해

김나경 승인 2023.03.16 13:54 | 최종 수정 2023.03.16 15:23 의견 0

지난해 9월 이후 7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바닥을 다진 태광산업 주가는 지난달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으로 86만6000원까지 오른 후 조정을 겪고 있다.

태광산업 주가는 정철현 대표가 취임한 2022년 3월 25일 105만3000원에서 2023년 3월 14일 71만9000원으로 31.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경케미칼 주가는 1만500원에서 7940원으로 24.38% 하락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향후 10년 동안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10조원은 태광산업 석유화학·섬유 분야에 투자된다.

업계는 태광산업이 아라미드 섬유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아로마틱 폴리아미드의 줄임말인 아라미드는 전기차와 5G 광케이블, 소방재 등에 사용된다. 중량은 강철의 20%이지만 강도는 5배 이상이며 400~500도의 고온에서 견딜 수 있다.

아라미드는 고강력·고탄성률을 특성으로 주로 우주항공·스포츠용품·자동차재·압력용기에 사용되는 '파라계 아라미드'와 내열성·난연성을 특성으로 소방복·방호복·백필터·전기전연재 등에 활용되는 '메타계 아라미드'로 나뉜다.

전기차와 5G 광케이블 등에 사용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소재다.

리서치업체 팩트 앤 팩터스(Fact and Factors) 아라미드 시장 보고서는 2021년 아라미드 글로벌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5633억원)로 추정되며 2028년까지 연평균증가율은 9.5%, 시장 규모는 60억달러(7조822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아라미드 섬유는 미국 듀폰과 일본 테이진이 세계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다. 태광산업 역시 파라계 아라미드를 주력으로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5월 공시를 통해 145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1500톤 규모의 생산라인에 신규 증설 3500톤을 추가해 2024년까지 총 연산 5000톤 규모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태광산업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아 투자발표가 오너리스크를 덮기 위한 미봉책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서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이 매입한 만기 1년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을 상환하기 위한 자본 확충용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중도 조기상환(콜옵션)을 거부했다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를 번복한 바 있다.

이에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흥국생명 지분 100%를 가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일가 등)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와 특수관계인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이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갖고 있다.

고려저축은행 등 금융계열 지배회사인 흥국생명에 문제가 생길 시 태광산업에도 여파가 올 것이 명백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 계열사인 흥국화재의 부채는 13조5083억원, 부채비율은 2122.33%다.

트러스톤이 주장하는 태광산업의 주주환원정책은 대부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4.53%(지난해 3분기 기준)이며 자사주 비율은 24.4%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3조7263억원이며 2021년 기준 부채비율은 21.17%다.

태광산업이 배당하거나 태광산업 주가가 부양되면 그 이익이 대부분이 오너일가로 들어가는 구조다.

태광산업에게 주주환원 정책은 거래량을 늘려 주가가 부양되고 소액주주를 우호지분으로 만들 수도 있는 묘수이다.

태광산업은 15일 "지난 1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의 주주제안을 이달 말 예정된 제62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지난달 9일 △감사의원과 사외이사 선임 △1주당 1만원 현금 배당 △10분의 1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 50억원 등을 주주제안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태광산업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인식 선임 건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16년 만의 외부 감사의원 선임을 꺼리는 것이다.

트러스톤은 '3%룰'이 적용되는 감사선임에 집중하고 있다. 감사선임으로 태광산업 내부정보에 접근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3%룰'은 감사위원 선임 시 3%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이 3%까지 제한되는 상법으로 태광산업 지분율 5.8%인 트러스톤이 지분율 54.53%의 오너일가를 이길 승산이 있다.

트러스톤은 지난달 21일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태광산업을 상대로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4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인식 선임의 건'에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정철현 태광산업 대표는 지난해 태광산업의 지휘봉을 잡았다.

정 대표는 태광산업의 섬유사업본부를 맡았다.

1964년생인 정 대표는 1989년 대한화섬에 입사해 대한화섬 울산공장 공장장을 맡았다.

태광산업에서는 나일론·아크릴 공장장을 역임했다.

다만, 태광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2조7038억원의 매출액과 1220억원의 영업손실, 32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해 첫 성적표는 좋지 않다.

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의류 시장에서 친환경 섬유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성장성이 높고 기술 진입 장벽이 있는 첨단소재를 육성사업으로 선정해 자원을 집중하는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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