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英 해군의 오판이 韓 KDDX에 주는 교훈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3.03.09 10:17 | 최종 수정 2023.03.09 10:35 의견 0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통합전기추진체계(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 IEP)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지난해 11월 경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군의 KDDX 통합전기추진체계 입찰에 미국 방산업체인 레오나르도 DRS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파트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GE파워컨버젼이다.

해군은 KDDX의 추진체계로 통합전기추진체계와 하이브리드추진체계(Hybrid Propulsion)를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통합전기추진체계로 결정한 바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통합전기추진체계(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 IEP)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사진은 IEP를 채택한 영국 해군의 Type 45 데어링(HMS Daring)급 구축함. [출처=위키피디아]

▲고전력 무기체계에 적합한 통합전기추진체계
미래의 고전력(High Power) 무기체계(레이저 무기, 레일건 등)와 고출력 레이다 탑재 가능성, 미·중·러·일 4대 강국의 잠수함이 작전하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작전 환경 등을 고려할 때 KDDX의 통합전기추진체계 탑재는 올바른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기계식 동력체계와 하이브리드 동력체계보다 미래 고전력(High Power) 시스템 탑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수중방사소음이 적어 대잠작전(Anti Submarine Warfare)에 유리하다.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가스터빈과 디젤엔진 등 동력원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함정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함정 내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기계식 추진이나 하이브리드 추진체계에서는 함정의 추진 외 함정 내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동력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통합전기추진체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KDDX의 기본설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지는데, 기본설계 단계에서 함정에 탑재되는 장비와 설비를 선정하게 된다.

영국 Type 45 구축함 통합전기추진체계(IEP). [출처=위키피디아]

통합전기추진체계는 동력원인 디젤엔진과 가스터빈 배치가 자유롭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높다.

기계식 또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 채택시에는 함정 후미 하부에 프로펠러, 프로펠러 축, 변속기, 클러치, 동력원(가스터빈 또는 디젤엔진) 등이 일직선으로 배치되고 이런 장비들이 기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반면, 통합전기추진체계에서는 발전과 프로펠러 구동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동력원을 가장 효율적인 장소에 배치할 수 있다. 추진모터가 함내 전력 Grid에 전선으로 연결되면 프로펠러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기계식이나 하이브리드 추진체계 대비 연비가 높고 정비가 간단해 함정수명주기 비용이 절감된다.

단점은 타 시스템 대비 가격이 비싸고, 함정에 탑재된 실적이 많지 않아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기계식 추진체계인 CODAG(Combined Diesel Engine And Gas Turbine). [출처=위키피디아]

▲전투용 적합판정·실전운용 실적 無
KDDX의 통합전기추진체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함정에 탑재돼 성능이 입증된 통합전기추진체계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에 탑재돼 각종 시험평가를 거쳐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거나 실전에 배치돼 운용이 되어야 성능이 입증되었다고 하는데,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제안하는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그런 실적이 없다고 한다.

성능이 입증된 추진체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인 KDDX에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통합전기추진체계를 탑재하는 무리수를 감행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도 기술협력생산 방식으로 해외에서 기술도입하는 장비가 실증되지 않은 것이다.

향후 30년 이상 우리 바다를 지켜야 하는 KDDX에 실증되지 않은 외국장비를 탑재해 우리 비용과 우리의 리스크로 외국신규장비를 실증하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대한민국 해군이 짊어지려고 하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

통합전기추진체계의 실질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레오나르도DRS는 미국 줌왈트(Zumwalt) 구축함의 통합전기추진체계 육상실증설비(Land Based Test Facility)와 미국 차세대 전략잠수함(SSBN)인 콜롬비아급에 추진체계 장비(추진모터, 추진모터드라이브)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전기추진시스템을 장착한 주요 함정. [자료=조달청]

통합전기추진체계의 육상실증설비에 공급된 레오나르도DRS의 장비는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지 못해 경쟁사의 장비가 줌왈트 구축함에 공급됐다. 콜롬비아급 잠수함의 선도함은 2022년 6월에 진수돼 현재 함 내부의 의장작업을 진행중이다.

콜롬비아급에 탑재된 장비의 성능 입증을 위한 시험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잠수함의 추진체계 구성은 수상함과는 다르고, 콜롬비아급에 대한 레오나르도DRS의 공급범위는 추진체계시스템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 장비다.

▲10억 파운드 불구자 된 英 최신 구축함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추진 장비를 탑재해 비극을 맞이한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해군의 Type45 데어링급 구축함이다. 영국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구축함인 Type 45 데어링급의 추진체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신규로 개발한 가스터빈 WR21을 데어링급에 장착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다만, 동력원인 가스터빈의 문제이지 통합전기추진체계의 문제가 아님을 밝혀둔다)

영국 언론은 데어링급 방공구축함을 ‘£1bn Cripple’(10억 파운드짜리 불구자)라고 부른다. 데어링급 함정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정전(Black Out)이 되어 함정의 전원과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항모타격전단(Carrier Strike Group)의 호위 중에 추진체계 고장으로 낙오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데어링급 모든 함정에 발생했다. 기술 성숙도가 높은 가스터빈에서 발생한 문제로 Type 45 구축함은 불구자가 되었다. 통합전기추진체계는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도입 초기 시스템이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통합전기추진시스템은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원조 대양해군인 영국해군의 유일한 구축함인 Type 45 데어링급 6척이 모두 영국 포츠머스 군항에 집결해 있었다.

일부는 도크 안에서 수리를 받고, 나머지는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흑해에 전운이 자욱하게 깔린 이 시기에 영국해군의 구축함 6척 전부가 포츠머스 군항에 있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영국정부가 영국의회에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2020년에 6척의 함정이 해상에서 작전한 날을 모두 합쳐도 단 339일에 불과하다.

영국해군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엑조세 미사일에 셰필드(HMS Sheffield) 구축함을 잃었다. 영국 해군이 절치부심하며 대공(Anti-Air) 방어용으로 건조한 방공구축함이 Type 45 데어링(HMS Daring)급 구축함이다.

데어링급 구축함은 영국 항모타격전단에 함대방공을 제공한다.

추진체계 성능개량 작업을 진행중인 영국해군 데어링(HMS Daring)함. [출처=Navy LOOKOUT, RN Engineers]

▲롤스로이스 개발 가스터빈 탑재..선도함부터 '비틀'

데어링급 구축함(만재 8500톤)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6척이 영국해군에 인도되었다. 영국 해군의 유일한 구축함이자 최신예 구축함이다.

척당 가격은 10억 파운드(£1bn)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1조 5천억원이다. 이 함정에는 통합전기추진체계가 장착되어 있다.

데어링급 구축함은 통합전기추진체계를 장착한 선구적인 함정이다. 영국해군은 자국의 롤스로이스(Rolls Royce)가 개발한 WR21 가스터빈을 데어링급에 탑재했다. WR21 가스터빈은 새로 개발된 장비로 함정에 탑재된 실적은 없었다.

해외에서 실증된 장비가 있었지만, WR21 가스터빈이 자국에서 생산된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는 WR21 가스터빈을 데어링급에 탑재하기로 했다.(함정건조 조선소인 BAE는 해외실증장비인 LM2500 가스터빈을 권고했다고 한다.)

Type 45의 선도함인 데어링함이 WR-21 가스터빈의 성능을 입증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데어링급에는 2대의 WR-21 가스터빈(2 x 21.5MW)과 2대의 Warsila 디젤발전기(2 x 2MW)로 전기를 생산한다. 평시에는 고출력의 가스터빈으로 함내 전원과 추진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2대의 디젤발전기를 추가로 가동시킨다.

즉 기저전력(Base Load Power) 생산에 가스터빈을 가동하고, 피크전력(Peak Load Power) 생산에 디젤발전기를 가동하는 운용개념이다.

Type 45 구축함의 선도함인 데어링함부터 추진체계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데어링 함은 2009년에 영국해군에 인도됐다.

2010년 데어링함이 대서양을 처녀 항해하던 중 추진체계 문제가 발생했다. 함의 정전으로 함내 전기와 추진동력을 모두 잃었다.

통합전기추진체계를 장착한 함정에 정전이 발생하면 함은 추진동력과 함내 전원 모두를 잃어버린다. 함 내부는 정전으로 모든 시스템이 죽어버리고, 함은 움직이지 못한다. 쉽게 얘기해 함정이 뻗어버린 것이다.

데어링함은 캐나다로 옮겨져 영국에서 공수한 부품으로 수리를 하고, 포츠머스의 모항으로 복귀했다.

2012년에는 페르시아만의 바레인 근처에서 Type 45 구축함의 추진체계에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다. 특히, 페르시아 만과 같이 더운 지역에서 추진체계가 고장이 났다.

추진체계 고장은 모든 데어링급 구축함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도 항모타격전단의 함대방공 임무를 수행하던 데어링급 3번함 다이어몬드함이 더운 여름인 6월말 7월초에 지중해를 항해하다 추진체계가 고장이 났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항모타격전단의 뒤에 남겨진 다이어몬드 함은 지중해에서 수리할 항구를 찾는 신세가 됐다.

잦은 고장의 주요 원인은 영국 롤스로이스사(Rolls-Royce)가 개발한 WR-21 가스터빈이다. WR-21 가스터빈의 냉각기(Intercooler)와 열교환기(Recuperator)가 문제였다. 냉각기와 열교환기는 배기가스에서 열을 회수해 가스터빈에 다시 넣어주어 열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냉각기와 열교환기의 문제로 가스터빈의 작동이 멈췄다. 가스터빈이 멈추면 모든 전력부하가 디젤발전기에 몰려 용량이 작은 디젤발전기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동을 멈추는 것이었다. 전투함이 전기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가스터빈을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데, 영국 언론에 의하면 가스터빈 교체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학적 도전이라 교체가 불가하다고 한다. 대신, 문제를 일으킨 냉각기와 열교환기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장비로 교체하고 2MW 디젤발전(Wartsila W200) 2대를 3MW 디젤발전기(MTU V-20 4000) 3대로 교체하기로 했다. 함정의 옆구리를 용접으로 찢어낸 후 거대한 디젤발전기를 2대를 들어내고 3대를 다시 설치하는 대공사다.

영국 정부는 2018년에 Type 45 구축함 6척의 추진체계 성능개량(Power Improvement Project)을 위하여 1억6000만 파운드(£160 million, 약 2400억원) 계약을 함정의 원제작사인 BAE와 체결했다. 추진체계 성능개량은 2번함인 돈트리스(Dauntless)함부터 2020년에 시작됐다. 1년으로 예정된 공사는 2년 이상(770일) 소요됐다. 새로 장착되는 디젤 발전기와 기존 장비간에 통합(Integration) 작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고 한다.

수리 후, Type 45 구축함의 엔진 가동 개념이 완전히 변경된다. 수리 전에는 2대의 가스터빈으로 기저부하(Base Load)를 감당하다 추가 전력이 필요한 경우에 디젤 발전기를 돌렸다. 수리 후에는 2개의 가스터빈, 3대의 디젤 발전기가 필요한 전기용량만큼 가동하는 것이다. 모든 엔진이 가동할 수도 있고, 가스터빈 1대, 디젤 발전기 2대가 가동할 수도 있다. 돈트리스 함은 2010년에 영국해군에 인도 되었다. 건조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최신 함정이 4년간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정박해 있다가 추진체계 수리를 받은 것이다. 수리는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를 마친 돈트리스함은 7년만에 영국해군에 복귀하였다. 2017년부터 바다에 나가지 못한 Type 45 선도함인 데어링(Daring)함이 2번째로 추진체계 성능개량을 받고 있다.

▲영국 전철 밟지 말아야
영국은 Type 45 구축함은 추진체계 문제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

추진은 함정의 기본 성능이다. 추진체계에 문제가 발생한 함정은 작전에 배치할 수 없다.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그 기능만 포기하고 함정을 운용할 수 있지만, 추진에 문제가 생기면 함정은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통합전기추진체계라면 우리 해군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능을 입증해야 하지만, 돈 주고 외국에서 사오는 기술인데 우리 해군이 성능을 입증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수술대에 오른 Type 45 구축함은 우리에게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해군의 차기구축함인 KDDX는 Type 45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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