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만약 中 자본이 삼성전자를 접수한다면

순환출자 구조의 허점 노리고 물산 공략 나설 수도
삼성전자 경영권 넘어간다면 한국 경제에 '악몽'
2기 준법감시위,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 내야

김선엽 승인 2023.01.19 15:03 | 최종 수정 2023.01.19 19:37 의견 0

중국 자본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지렛대로 삼성전자를 공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치권에서 삼성생명법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연초부터 다소 허황된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선 가능한지부터 살펴보자

지금 이재용 회장 일가는 삼성물산 지분을 33.77%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45.30%을 보유, 삼성생명을 지배한다.

또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20.7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렇게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지배구조가 갖춰져 있다.

만약 A라는 중국자본이 한국 반도체 시장을 흔들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한다고 가정해 보자.

삼성물산 시총은 2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10조원 정도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또는 그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부만 취득하고, 해외 펀드들을 규합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015년 당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그랬듯이.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됨과 동시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사회와 경영진을 교체할 경우 A펀드는 자회사인 삼성생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이는 곧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10조원 안팎의 자금으로 일련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당국이 손 놓고 있지만은 않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개방된 자본시장 하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다.

A가 삼성전자를 장악하면 어떤 것을 시도할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고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현금 배당에 나설 수도 있다.

공장 이전을 시도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중국 내 공장 처분에 나설 수도 있다. 칩4 동맹에서 탈퇴하는 것을 종용할지도 모른다.

A펀드 입장에서는 이런 일련의 '깡패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딱히 손해보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직접 삼성전자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엑시트 과정에서 손해 볼 일이 없다.

다른 해외 펀드라면 구태여 이런 일을 벌일 유인이 없지만 중국 자본의 특성상 이런 시도를 벌이는 것이 과연 기우인지 필자 역시 자신이 없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2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2기 준법위는 출범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아직도 밑그림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나머지 지분은 팔아야 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삼성의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언론의 목소리가 높지만 '국뽕'이 엉뚱하게도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준법위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중국계 펀드 얘기까지 끄집어 내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짚어 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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