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STX엔진 인수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가운데 현재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만으로도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STX중공업을 인수한 지 4년만에 경영권 지분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STX중공업 지분 47.81%다.
지난 15일 매각 예비입찰 결과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HSD엔진, 해외 업체 한 곳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은 디젤엔진 전문생산업체로 선박 엔진, 기자재(터보차저, 크랭크 샤프트 등), 선실 등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STX엔진을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엔진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는 첨단 정밀가공, 조립 및 시운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엔진 제작사다. 세계 대형 엔진 시장의 35%를 차지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국재해사기구(IMO) 및 유럽연합(EU)에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 엔진 시장은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국내에서는 2020년 친환경선박법 시행에 따라 정부 및 지자체의 친환경 관공선 건조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기존 디젤엔진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가스엔진, DF엔진, 하이브리드 및 전기추진방식 등 신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국조선해양이 STX엔진을 인수할 시 실적 개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TX엔진은 올해 4분기에만 638억원 규모의 수주를 하는 등 일감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5조원에 달한다. STX엔진의 시가총액(약 2980억원)을 감안할 때 인수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금액은 별도의 조달 없이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모두 지급 가능하며, 미상환 전환사채 잔량이 없기 때문에 지분 희석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박 엔진기계 생산 능력은 현대중공업이 1200만 마력, STX중공업이 130만 마력이다. 가동률은 현대중공업이 100%인 반면, STX중공업은 25%에 불과하다"며 "현대미포조선 향 중형선 엔진기계 물량을 STX중공업에 분산하고, 현대중공업은 잉여 설비를 대형선 엔진기계 제작에 집중한다면 양사 시너지가 발현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