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위기는 혁신의 기회' 메리츠가 보여준 용단

사방에서 '쪼개기 상장' 고민할 때…되려 합친 메리츠 3총사
시작은 부동산 PF였지만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방어에 성공
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시장에 확고한 신뢰 보여줘

김선엽 승인 2022.11.24 16:02 의견 0

메리츠 금융그룹이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현재 화재와 증권 지분을 각각 59.5%, 53.4%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고 두 기업 모두 상장폐지 시키겠다는 것이 그룹 측의 구상이다.

이번 통합의 이유를 두고,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노출 비중이 큰 증권을 살리기 위해 유동성을 용이하게 공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 돌입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마다 부동산 PF 우발 부채가 현실화 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3조5580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메리츠화재 역시 6조60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으로 그 동안 단단히 한몫을 챙겨온 메리츠그룹의 행보에 금융권이 주목해 온 이유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PF부실화 위험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어찌됐건 메리츠가 통합을 결정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통합이 끝나고 나면 조정호 메리츠그룹 회장의 금융지주 지분율은 75.8%에서 47% 수준으로 떨어진다.

만약 증여세를 절반 가까이 낼 경우 20%대로 쪼그라든다. "조 회장이 자녀에게 그룹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언제부턴가 국내 증시에서 멀쩡한 기업을 물적분할 해 중복 상장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서라곤 하지만 주주를 배신하는 '반칙'이란 비판이 거세다.

정치권 눈치를 살피느라 최근에는 몸을 사리고 있지만 언제든 마음을 돌려먹을 듯싶은 기업들이 여전히 상당하다.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지배력 확대에 우리 기업의 오너들이 더 관심이 많아서다.

남들이 쪼개기에 몰두할 때, 메리츠는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린 셈이 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해, 이미 성공 가도를 걸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라는 이례적인 대외적 위기를 메리츠가 용기 있는 결정으로 정면 돌파하는데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