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취임 100일 尹 대통령, 양의 머리를 뒤집어쓰자

경찰국 신설·5세 입학...졸속 정책 추진하며 지지율 하락
공법 시행에 25년을 공들인 세종대왕의 인내 배워야
감언이설 흘리는 이들 대신 당 안팎의 '레드팀'과 만나길

김선엽 승인 2022.08.01 10:40 | 최종 수정 2022.08.01 15:27 의견 0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업적 중 일반 백성의 삶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이 세금제도의 개혁이다.

세종이 공법을 제정하기 전 조선은 태조 이성계가 만든 <답험손실법>을 토대로 세금을 징수했다. 관리가 매해 밭에 직접 나가 곡식의 수확량을 조사해 조세를 징수한다.

얼핏 이상적으로 보이나 사람이 개입되니 부정부패가 발생했다. 향응을 대접하지 못 하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이 부과됐다. 부자들이 국가에 낼 세금이 탐관오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세종은 공정한 과세를 위해 공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우선 과거 시험에 공법에 관한 문제를 출제해 젊은 유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반대하는 신하들과도 열띤 토론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5개월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비록 찬성 수가 많지만 지역적으로도 찬성과 반대의 정도 차이가 심하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엇갈린다"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세종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 후 공법의 기틀이 마련된 후에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 운영을 거쳐 미비점을 보완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공법이 최종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25년의 세월이 걸렸다. 세계 최장기 입법이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옛일을 꺼낸 것은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을 생략했으니 학부모와 교육단체가 들썩이는 것도 당연하다.

'5세 입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제공하던 '전일제 돌봄'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맞벌이 가정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한데 정부 대책은 무엇인지 갸우뚱하다.

왜 5세 입학을 ‘속전속결’ 추진하는지 국민은 통 알지 못한다.

경찰국 신설 역시 마찬가지다. 공식화 37일만인 오는 2일 출범 한다. 31년 된 제도를 한숨에 뒤집어 버리니 '졸속'이란 비판을 비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정작 대선 공약이었던 주 52시간제 완화는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대통령 스스로 김을 뺐다. 관가에서는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17일이면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다. 낮은 지지율의 근거로 많은 이들이 꼽는 것이 정치의 부재다.

대통령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의 범죄 수사와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처음하는' 대통령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물론 계획조차 잡지 않았다. 국회의장과의 회동도 아직이다. 낮은 지지율을 뒤로 한 채 휴가에 들어서는 윤 대통령의 마음도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제 대통령의 100일이 지나고 있을 뿐이다.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곁에서 달콤한 말을 흘리는 이들을 멀리해야 한다.

대신 당내고 당밖이고 '레드팀'과의 만남을 번거로워해서도 안 된다. 필요하면 양의 머리를 뒤집어쓸 수 있는 리더를 국민은 원한다.

"문 대통령도 결국 성공한 게 없지 않느냐"

임기 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답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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