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하 SKT)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SKT가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18일 오후 11시경 해커가 삽입한 악성코드로 인해 일부 이용자의 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은 최근 1주일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화번호와 가입자식별키(IMSI) 등 유심 복제에 악용될 수 있는 정보 4종의 유출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심스와핑(SIM swapping)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해킹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추가 정보 유출 가능성 등 잠재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T월드 매장 앞에서 이용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KT는 지난 27일 고객 발표문을 통해 유심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장했고, 28일부터는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를 통해 유심 불법복제에 의한 고객피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만큼 믿고 가입해달라"며 "서비스 가입 후 피해가 발생시 SK텔레콤이 100%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매장에선 혼선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28~29일 양일간 전국 T월드 매장 앞에는 오전부터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선 이용자들로 장사진이 펼쳐졌다.
교체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이 오전 8시부터 대기했다. 유심 재고는 한정적이어서 대부분의 매장에선 오전 중으로 물량이 소진됐다.
SKT의 유심 보유 물량은 이달 100만개, 다음 달 500만개 수준이다. SKT의 전체 이용자 수는 알뜰폰 가입자까지 포함해 약 2500만명 수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유심을 교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온라인을 통한 유심 교체 예약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접속자가 몰리며 한때 수만 명의 대기 인원이 발생했고 사이트 접속 지연 현상도 나타났다.
SKT 직영점이 아닌 일반 판매대리점에도 유심을 구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렸지만 이마저도 동이 났다. 한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판매점은 개당 7700원에 유심을 교체해야하지만, 이미 주말에 재고가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유심보호서비스 신청 과정에서도 불편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유심보호서비스 신청은 SKT 사이트 가입 후 이용이 가능한데, 사이트 가입을 하려고 했더니 가입 인증 문자가 안온다"고 토로했다.
T월드 매장 앞에 붙은 안내문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KT가 ‘서비스 가입 후 피해 발생 시 100% 보상’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사전에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SKT가 해킹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킹은 통신사 책임인데, 왜 소비자가 직접 대리점에 가 유심을 교체하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각 가정에 유심 카드를 직접 택배로 신속히 발송하고 방문이 어려운 고객도 빠짐없이 교체 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교체·택배 교체' 체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유사한 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던 LG유플러스는 유심 교체 시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택배 방식을 병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유심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본인 확인을 철저하게 하는 등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대면 방식으로 개통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29일 오후 6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986명, 누적 유심교체 이용수 는 34만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