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는 당초 발표했던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는 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와 같이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남은 1조3000억원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매각대금으로 한화에너지에 지급한 1조3000억원이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에 되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은 15% 할인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화에어로는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 ▲신규 시장 진출 위한 연구개발 ▲지상방산 인프라 투자 등 중장기적으로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것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당위성을 피력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2024년 말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의 연결 부채비율은 약 280%, 별도 기준으로는 400%에 육박한다. 다소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부채 중 약 40%가 수주 기반의 선수금이다. 실질 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고객사나 금융기관 입장에선 선수금 여부와 관계없이 재무 지표로서의 부채비율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추가로 차입이나 회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을 더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단사업의 신뢰성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염려의 말씀이 있었고, 아무리 경영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유상증자 규모 축소와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중장기적으로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현재 시점에서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진출이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DPA)과 자국산 우선구매법(BAA), 유럽연합의 방위산업 전략, 중동 국가들의 Vision 2030 정책 등은 모두 자국 내 생산과 기술이전,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외국산 무기에 대해 규제와 기피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방산기업들은 이러한 국가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안 사장은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현지화다"며 "따라서 막대한 현지 투자와 거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원으로 설정했다. 2035년에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 추진과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사장은 "사업적 목표를 가지고 이사회에서도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해서 진행한 의사결정 사항이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앞으로는 반드시 주주 가치 제고를 최고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며 "그룹 차원에서 밸류업 정책 추진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