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전 대출확대 서두르는 은행권…주담대 완화 경쟁

국민·우리은행, 주담대 금리 0.15%P↓
국민은행·카카오뱅크,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없애
손재성 교수 “금융기관 입장에선 기준금리 떨어지기 전 대출 많이 해야”

김나경 승인 2025.01.09 14:48 의견 0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은행들이 연초 들어 경쟁적으로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연간으로 적용돼 새해 대출 공급여력이 커지자, 금리가 더 인하되기 전 서둘러 대출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인하했다. 8일 기준 국민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2~5.23%다. 지난 6일 대비 0.15%포인트 인하됐다. 우리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금리 역시 연 4.17~5.37%로 지난해 말 대비 0.15%포인트 떨어졌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주기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올리며,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

지난해 하반기 대폭 줄었던 대출한도도 올해들어 완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없애고, 주담대 상품의 거치기간(구입자금 1년 이내·생활안정자금 3년 이내) 운영을 재개했다.

신한은행도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주담대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1억원이었던 생활안정자금 기타용도 주담대 한도를 없앴다. 케이뱅크도 생활안정자금 목적 아파트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하반기 없앴던 거치기간도 최대 12개월로 다시 늘렸다.

은행들의 주담대 확대는 최근 우리 경제의 엇박자 틈을 타, 우량 대출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최근 국내 경제는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금리를 내리고 기업에 통화량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써야 할 때이나, 강달러로 금리 인하 속도가 저하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이 주담대를 확대해 가계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전 보다 높은 금리에 확실한 담보로 건전성도 우수한 주담대 대출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손재성 웅지세무대학교 회계세무정보과 조교수는 “최근 몇 달째 물가 상승률이 당초 관리 목표인 2%를 밑돌고 있다. 이제 물가가 안정됐으니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풀어야 할 시기”라며 “원래 같으면 국채 발행 등 추경을 통해 기업에 돈을 공급해 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현실상 추경을 못 하고 있다. 금리 인하도 강달러로 속도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손 조교수는 이어 “주담대를 허용한다는 것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이야기다. 주담대를 해주면 시중에 통화량이 풀리는 재정정책 효과가 난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올해 무조건 금리가 내릴 테니, 대출 기준금리가 떨어지기 전에 지금 고정금리를 해서 대출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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