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계약 보류 소식과 3분기 실적 부진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31% 하락한 2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체코 원전 계약 보류 소식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사업비 20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코리아'는 한국수력원자력(주계약),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이 참여했다.
이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를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체코 반독점 당국이 자국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사업 계약을 일시 보류 조치하면서 수주에 제동이 걸렸다.
체코 반독점 당국은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와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선제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3956억원, 영업이익 1148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63% 각각 감소했다.
본업인 에너빌리티 부문은 선방했지만, 자회사 두산밥캣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연결 손익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이나 기업 구조변경 등에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되사 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법정기간 내 합병에 반대하는 서면통지를 해야한다.
분할합병 반대의사 통지 접수시간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오는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만890원이다.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일반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한 데다 잇따른 악재로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당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은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비율과 더불어 우량기업인 두산밥캣을 적자 회사인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일정 규모를 넘어설 경우 분할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분할합병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분할회사(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6000억을 초과하거나 분할승계회사(두산로보틱스)의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초과할 경우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서 규모를 증액할지, 분할합병 계획을 취소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6000억원을 초과한다고 해서 바로 분할합병 계획을 취소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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