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이에 따른 증시 약세의 영향으로 4% 가까이 폭락하며 패닉장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01.49 포인트(3.65%) 내린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일보다 4.20% 떨어진 779.33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7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6월 10일(2689.19) 이후 53일 만이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3% 넘게 하락한 것도 2022년 9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국내 시가총액 1·2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는 10.4%, 삼성전자는 4.21% 하락했다. 하이닉스가 10% 넘게 급락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전날 엔비디아가 폭락한 것이 특히 SK하이닉스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 시장이 무너진 원인으로는 크게 2가지가 꼽히는데 첫째는 미국 제조업의 둔화, 둘째는 트럼프발 환율전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48.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PMI 하위 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예상을 깨고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엔화가치의 바닥이 확인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일본의 엔화를 빌려와 고금리 국가의 돈으로 바꿔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길게는 일본 버블경제 이후 90년대부터 횡횡했다.
최근 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지속됐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변곡점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 축소가 예상된다"며 "미-일 금리 차 축소 속에 엔/달러 환율도 하락하며 엔캐리 수익률을 의미하는 트레이드 지수 역시 속락했고 캐리 매력도가 약화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환율전쟁 구도 하에서 달러 약세 기획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주식시장의 위험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문홍철 DB금융투자 자산전략팀장은 "복잡계의 임계점과 트리거를 구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엔이 저평가됐고 AI주는 고평가됐다는 것은 오래된 이슈로 임계점에 도달한지 오래인데, 트리거가 필요했고 트럼프 후보의 환율 전쟁 가능성이 트리거가 됐단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자국 통화 절하를 원하는 한 주식시장의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문 팀장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공격적 관세를 때릴 것이고 이것은 달러 강세요소이나 달러 강세면 관세가 무의미해지니 트럼프는 수출국과 연준을 동시에 압박해 달러를 약세로 끌어내리려 노력할 것"이라며 "마침 금리인하시기이고 달러 강세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으니 이러한 전략이 통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리되면 모든 나라가 앞다퉈서 자국통화를 약세로 만들려는 유인이 생기지만 트럼프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일본은 미국의 윤허 없이는 통화 완화가 어려울 것이고 이는 엔의 강세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팀장은 이어 "죽어나는 건 AI주식과 일본 증시, 그리고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대상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