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탔던 지주사 주가가 다시 미끄러지고 있다. 밸류업계획 공시는커녕 기업 쪼개기와 혼합식 합병 등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상승했던 지주사 6곳의 주가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SK와 LG, 롯데지주, 한화, 한진칼, 현대지에프홀딩스 주가는 올해 2월 52주 최고가 대비 최대 30% 이상 급락했다. 각 지주사의 하락 폭은 SK 30%, 롯데지주 27%, 한진칼 24%, 현대지에프홀딩스 20%, LG 18%, 한화 4% 수준이다.

이 기간 금융지주사 외 대부분의 지주사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내놓지 않았으며, SK와 한화, 두산 등 일부 지주사는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했다.

앞서 한화는 지난 5월 모멘텀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한화모멘텀(가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사업 쪼개기에 일반주주들의 반발이 컸으나,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승연 회장과 고려아연 등 대주주와 우호지분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분할안이 통과됐다.

지난달에는 두산과 SK가 사업 연관성이 낮은 회사를 홉합적으로 합병하겠다고 나섰다. 두산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했으며, SK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SK트레이딩·SK엔텀 합병을 공시했다.

두 그룹 모두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해 주가 저평가 시점이었던 SK이노베이션과 두산밥캣 주주 및 관련 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례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지난해 말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테마주 성격이 강하고 지난해 매출 대비 시가총액(PSR)이 100배가 넘는 초고평가 상태로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주사들의 주가는 지난 2월 정부의 밸류업 추진과 함께 저평가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전년 말 대비 최대 50%까지 올랐었다.

당시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의 밸류업 발언으로 주가 상승을 이뤘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1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 영역을 정리하고 신사업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역대급 규모인 자사주 7936억원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 차원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도 예고했다.

한화는 직원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직원들의 주가부양 의지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주주환원정책으로 중장기 배당 정책을 수립하고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밸류업 이벤트성으로 대부분 상장사의 주가가 올랐지만, 이제는 (실제적으로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금융지주사와 삼성물산만 주가상승을 이어가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고 (지배구조개편이라 말하고) 소유구조 개편을 하는 곳은 주가가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