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 (사진=현대해상)
현대해상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도전한다. 세 번째 시도다. IBK기업은행 참여가 기대됨에 따라 충분한 자본력이 예상되며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특징도 갖추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2일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기준, 심사기준 부분을 검토해서 하반기에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뱅크(U-Bank)의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 시계도 빨라졌다.
현대해상은 지난 2월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발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세 번째 도전을 알렸다.
앞서 현대해상은 2015년 인터파크 등과 ‘이이뱅크’ 컨소시엄을 맺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처음으로 도전했으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2019년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하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주주 구성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최종 불참했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은 현대해상 ‘오너 3세’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의 경영 시험대로 통한다.
지난해 1월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가 처음으로 현대해상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은행 세 번째 도전의 플랫폼은 유뱅크다. 유뱅크는 ‘서민 포용’에 특화된 사업모델을 제시한다. 노년층, 소상공인, 중소기업, 외국인 가운데 1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 기업. (사진=유뱅크)
특히, 노년층을 겨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유뱅크가 유일하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은 시니어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우는 등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정도만 고려했을 뿐, 별도의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쟁사인 소소뱅크, 한국신용데이터(KCD)뱅크, 더존뱅크 역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주의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유뱅크는 노년층 신용평가모델을 정교화해 더욱 노년층에게 더욱 저렴한 금리의 중금리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업 외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들이 모여 사업 시너지를 도모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핀테크 기업인 렌딧, 트래블페이, 세무회사 자비스앤 빌런즈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인 현대해상, 교육기업 대교, 의료 AI기업 루닛, 현대백화점, 부동산 기업 엠디엠플러스 등 8개 기업이 참여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각 기업의 차별화된 데이터를 협업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위한 대안 데이터를 마련할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은 시니어 교양뿐 아니라 현대그린푸드, 건강기능식품 등 관계사 정보를 가지고 있다. 대교는 시니어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엠디엠플러스는 시니어를 위한 헬스케어와 주거 시설이 융합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해상과 루닛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보험과 의료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이어 “마이데이터에 제공되지 않는 고객의 중요 정보 등 각 사가 가진 고유 데이터를 협업해 차별화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뱅크만의 더욱 정교한 대출 신용평가모형을 마련할 수 있다”며 “기존에 고신용자 저금리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은 중간이 없이 확 뛴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는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IBK기업은행이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은행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해결될 전망이다. 앞서 IBK기업은행은 지난 6월 유뱅크 컨소시엄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유뱅크는 아직 검토단계다. 6월 이후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해상과 기업은행의 참여로 충분한 자본금 확보도 기대된다.
통상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후 3년간 적자를 감수하는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상 인터넷전문은행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업계는 조 단위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역시 각각 자본금 2500억원, 3000억원, 2500억원을 들였으며, 출범 후 흑자전환에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이 걸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현대해상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확정했다.
현대해상은 국내 손해보험업계 2위권의 대형 손해보험사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약 43조7000억원, 자기자본 6조1000억원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해상에 대해 다각화된 보험포트폴리오와 안정적인 투자이익으로 우수한 수익성 지표를 가지고 있으며, 금융당국 권고수준 이상의 양호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뱅크의 구체적 자본금 규모와 사업 계획은 IBK기업은행의 참여가 확정된 후 정해질 예정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아직 컨소시엄 구성이 확정되지 않아 자본금 규모 등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