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영선사 된 HMM...경쟁력 약화 우려

HMM 정부 지분 50% 초과...국영선사 지정
운송 덤핑, 운임 인상 시 규제
기존보다 미 정부 관리·감독 강화될 가능성 ↑
해운동맹 재편 우려도

박소연 승인 2024.07.04 09:22 의견 0

미국 정부가 HMM을 국영선사(controlled carrier)로 지정했다. 사측은 사업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선 앞으로 미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HMM을 국영선사로 지정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각) 밝혔다.

FMC는 각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선사를 국영선사를 지정하고, 해당 선사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지위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요금 검토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FMC가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HMM이 국영선사로 지정된 이유는 최근 정부 지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MM 관계자는 "정부 지분 50%가 넘어가면서 FMC에 HMM이 신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은행은 HMM 지분 29.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9.28%를 보유 중이다. 내년까지 1조3800억원 규모 영구채 전환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70%까지 올라간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지난 1일(현지시각) HMM을 국영선사로 지정했다. [사진=FMC]

현재 FMC가 지정한 국영선사는 중국 COSCO. 홍콩 OOCL, 홍콩 HEDE 등 4사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통제하에 있는 선사들이다. 중국 4사를 제외하면 HMM이 유일하게 지정된 국영선사다.

HMM은 이번 국영선사 지정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MM 관계자는 "FMC가 지정한 국영선사가 되면 운송 덤핑 규제를 받거나 미국 수출입 화물 운송 시 운임을 올릴 때 제약을 받는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은 해상 운송 관련 상호 우호 조약을 맺고 있어서 이에 대한 제약은 따로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지정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미국 FMC는 우리나라로 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법기관인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해운 기관 중 FMC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FMC는 인원을 보충하고 변호사 8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등 조직을 확장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화주들이 선사들의 갑질로 큰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기존보다 관리·감독이 HMM에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기항하는 글로벌 선사가 10개 정도밖에 안 된다. 미주 항로는 물량이 많고 중요한 항로이지만 일정한 선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미국을 기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선사 중 HMM와 SM만 취항 중"이라며 "동맹국 지위로서 일부 혜택은 누리겠지만, 미국의 기본적인 기조는 자국우선주의다"고 덧붙였다.

HMM이 본격적인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동맹은 특정 항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당 경쟁을 피하려고 선사들끼리 동맹을 맺어 운임을 협의하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HMM이 소속된 '디얼라이언스'는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원(ONE), 대만 양밍(Yangming)이 소속돼 있다. 동맹 내 최대선사인 하팍로이드는 탈퇴를 예고하고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나이' 결성을 예고한 상태다. 디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이 기존 18.6%에서 11.6%로 줄어들면서 HMM은 기존 동맹에 새로운 선사를 확충하거나 새로운 해운동맹을 찾는 등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 협회장은 "디얼라이언스 점유율이 11.6%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얼라이언스 중 중요도가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HMM 관계자는 "미 국영선사로 지정된 이후 다른 동맹사들에서 입장이 따로 나온 것은 없다"며 "중국 선사들도 얼라이언스 내에서 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 한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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