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텐’ 신성통상 자진상폐..뿔난 소액주주 불매운동 나선다

신성통상, 유보금 2837억원 있어
10년간 무배당 후 지난해 71억원 배당
가나안, 지난해 300억원 배당…신성통상과 순이익 비슷
가나안 지분 100% 오너일가 보유

김나경 승인 2024.06.28 08:00 | 최종 수정 2024.06.28 15:21 의견 1
(사진=신성통상)

‘탑텐’, ‘지오지아’ 등 SPA 브랜드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에 나선다. 소액주주들은 유보금 대비 공개매수가격이 낮아 상장폐지에 반대한다며 불매운동에 나섰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지난 21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신성통상 주식 3164만4210주(22.02%)를 주당 2300원에 공개매수한다.

가나안은 공개매수 목적을 상장폐지라고 밝히며 “상장폐지를 통하여 대상회사(신성통상)의 경영활동의 유연성,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하여 대상회사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에 반발했다. 증여를 위해 주가부양에 소홀했으며, 증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상장폐지 후 대주주 일가만 배당의 이익을 독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액주주들은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유보금을 소액주주들에게 주지 않고 상폐시켜 오너가가 꿀꺽하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탑텐’과 ‘지오지아’ 등 신성통상 계열 SPA브랜드 공식 SNS계정에 신성통상 상장폐지와 관련한 비난 댓글을 주도하며 불매운동을 진행 중이다.

소액주주의 불매운동 댓글이 달린 '탑텐' 공식 인스타 계정. (사진=탑텐 공식 인스타 계정)

가나안은 오너 2세 경영에 돌입하기 직전이다.

이 회사는 창업주 염태순 회장이 1983년 설립한 가방 및 기타 보호용 케이스 제조업 회사다. 염태순 회장이 2021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22년 막내아들인 염상원이 사내이사로 들어가며 후계자 수업에 돌입했다. 지분 승계는 이미 마무리됐다. 가나안 지분구조는 염상원 이사 82.43%, 염태순 회장 10%, 에이션패션 7.57%다.

가나안은 2002년 대우 섬유사업부문에서 계열분리된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신성통상은 노재팬 운동으로 인한 국내 SPA 브랜드의 반사이익에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의류 보복소비가 합쳐지며 지난 몇 년간 호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매출 1조5426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외형이 150% 확대됐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이익잉여금을 2837억원가량 쌓아둔 채 10년간 무배당을 이어갔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주주들의 요구에 총 71억원을 결산배당으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비슷했던 가나안은 배당총액으로 300억원을 지급했으며, 순이익이 신성통상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에이션패션은 배당총액으로 100억원을 산정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엄태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기업이다. 가족기업에게만 배당을 아낌없이 지급했다.

신성통상 주가는 호실적으로 2021년 4480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주주환원 부족 등을 이유로 꾸준히 하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7월 52주 최저가인 1715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염태순 회장은 세 딸에게 신성통상 지분 증여를 마무리했다. 엄 회장은 2021년 6월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씨에게 각각 신성통상 주식 575만8336주씩(4%)를 증여했다. 이어 지난 2월 세 딸에게 각각 287만4168주(2%)를 추가로 증여했다.

상장주식은 증여 시 증여재산가액을 시가로 계산한다. 시가는 증여일 이전·이후 각 2개월간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으로 규정됐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제3자 간 거래가격이 없을 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 방법을 준용해 순손익가치와 주당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의 비율로 가중해 구한다. 단순히 주가가 아닌 회사의 자산과 손익까지 반영된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신성통상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9배다. 주가가 순자산의 절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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