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권경제硏 “우리나라와 일본, 디스카운트 원인 달라”

우리나라는 지배주주 있어
경영권 방어제도 없어 기업 반발 강해
레버리지 확대로 ROE 높여야
시총 낮은 기업 증시 퇴출 목소리도

김나경 승인 2024.05.31 19:47 | 최종 수정 2024.05.31 19:56 의견 0
31일 서울시 영등포구 금투센터에서 열린 '일본 자본시장 개혁의 특징과 정책적 시사점'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나경)

일본증권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디스카운트 원인이 달라 무조건적인 일본 자본시장 개혁 모방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일훈 일본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1일 서울시 영등포구 금투센터에서 열린 ‘일본 자본시장 개혁의 특징과 정책적 시사점’ 세미나에서 “일본이 자본시장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재팬디스카운트 요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일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주주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지배주주가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인이 적극적인 경영을 하도록 주주와의 대화를 촉진했다. 또한 일본은 수탁자 책임을 다양한 자산운용사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스튜어드십 코드와 사외이사 수 늘리기 등 지배구조 개혁을 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지배주주가 없는 일본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과 지배주주가 있는 한국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다르다. 또한 국민연금의 경우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권 교체에 따라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다. 투자자가 어떤 걸 원하는지 충분히 포함하는 공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섣부른 법이 제도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수 관련 규정이 생긴 후 기업에 교수, 법조인, 정치인 사외이사가 늘었다. 경영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일본은 2005년 회사법 제정하며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배구조 개혁을 세게 하면 경영권 문제로 기업 측 반발이 거세다”며 “입법도 순서가 있다. 경영권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지배구조 개혁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무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자본을 낮추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후 자금이 필요할 때 차입을 활용하면 ROE는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미국의 애플은 6배 넘는 재무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부터 시작된 관성과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재무 레버리지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문화·정책적으로 재무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처럼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을 증권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시총은 자사주 등이 포함된 뻥튀기 시총이다. 일본은 특수관계인 등의 주식은 다 빼고 시총을 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작년 코스닥 시장을 보면 시총 100억원 기업도 있다. 너무 작은 회사가 상장됐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1건의 주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시총이 너무 작은 회사들은 밸류에이션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기업이 상장해서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게 두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코스닥에 있는 주식 90%가 테슬라 같은 훌륭한 벤처일 리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주 KB금융,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에서 밸류업 관련 공시를 냈다. 여기에 대해 시장에서 피드백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듯 자율적으로 공시하되 시장에서 피드백을 받아 시장에서 기업에 무엇을 원하는지 캐치해 후발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 “기업과 투자자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사주 마법 등을 보완하는 제도 역시 막바지 작업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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