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오너의 주식 매입...'남의 잔치' 된 HD현대 IPO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흥행 성공에도
모회사는 주가는 반등 실패...밸류업 역행
"오일뱅크마저 상장하면 껍데기 된다" 우려

김선엽 승인 2024.05.08 10:58 | 최종 수정 2024.05.08 13:47 의견 0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코스피 상장 첫날 40%대 상승을 기록했다.

이 주식을 손에 쥔 투자자가 환호하는 사이, 모회사 HD현대 주주는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8일 오전 11시 경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가 대비 40% 상승한 11만7000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앞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서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지난달 16~22일 이뤄진 수요예측에는 국내 기관 1805개, 해외 기관 216곳 등 총 2021개 기관이 참여해 9억8451만1800주를 신청했으며, 경쟁률은 201대 1에 이르렀다.

전체 신청 물량의 대부분인 93.54%가 밴드 상단 이상 가격에 몰렸고, 최종 공모가는 희망 범위(밴드·7만3300~8만3400원) 최상단으로 정해졌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인 33만3600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준수한 성적이라는게 업계 평가다.

반면 이날 모회사인 HD현대의 주가는 전날과 같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전날 회사 주식을 43억원어치 사들였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셈이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이 책임 경영과 주가 안정 목적으로 회사 주식 6만7148주를 사들였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26%에서 5.35%로 0.09%p 늘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의 수리·사후관리(AS)부분을 물적분할해 탄생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55.8% 지분을 보유한 HD현대다.

HD현대는 자금 마련을 명목으로 자회사를 상장시킨다고 밝혔지만 ‘쪼개기 상장’이란 지적은 피하지 못 했다. 최근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모자회사 동시상장의 문제에서는 자회사의 주주들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주주들도 전체적으로 모두 자본시장에 참여해서 우리 상장회사들에 대한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투자자들"이라며 "이런 일반주주들이 전체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선순환과 한국경제의 성장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또 다른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 상장 가능성이다.

HD현대의 한 소액주주는 "오일뱅크까지 상장한다면 HD현대는 정말 껍데기가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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