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F&B 포크지육 분할 철회…실소유주 엑시트 난항

대산 ‘의견거절’에 BF랩스도 감사의견 '거절'
대산 상폐되면 관련 상장 3사 상폐 도미노 위기
실소유주의 엑시트 전략 두고 소액주주 '촉각'

김나경 승인 2024.05.07 15:49 의견 0
(사진=대산F&B)

대산F&B가 포크지육 분할을 철회한 배경으로 실소유주의 엑시트(투자회수) 사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산F&B는 지난달 23일 회사분할결정을 철회했다. 주식매수청구 예상 규모가 회사가 설정한 금액을 넘었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공시를 통해 주식매수가액 합계액이 20억원을 넘기면 분할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기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결집된 지분은 8.0% 이상이다. 이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청구 금액은 26억원이 넘는다. 대산F&B 소액주주 대다수는 포크지육 분할을 반대했다.

하지만 회사가 분할결정을 철회한 진짜 이유는 실소유주의 엑시트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현재 대산F&B의 실소유주는 임지윤 전 대표다. 대산F&B 지분구조는 임지윤(15.5%)→옵트론텍(25.3%)→얼머스-TRI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31.9%, 이하 TRI) →대산F&B다.

임 전 대표는 전략적 파트너를 활용해 기업 인수와 매각으로 투자차익을 실현하는 인물이다.

과거 임 전 대표와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은 매각에 난항을 겪는 휘하 사업체를 서로 인수해 줬다. 임 전 대표는 2021년 9월 대산F&B의 화장품 자회사 엠피한강을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에게 매각했다. 이후 임 전 대표는 2022년 1월 티알아이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를 통해 이일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녹원씨엔아이를 인수했다.

임 전 대표는 2016년 9월 개인적으로 지분투자를 한 코스닥업체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임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TRI는 대산F&B 인수 후 미스터피자, 마노핀, 시각 이대 하늬솔점 등 사업을 분할해 연달아 매각했다.

그러나 최근 대산F&B가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빠지며 투자차익 실현에 제동이 걸렸다.

TRI는 과거 대산F&B 지분을 주당 1500원에 인수했다. 거래정지 전 거래일인 지난달 5일 대산F&B 종가는 145원에 불과하다. 단순 투자차익을 위해서는 거래재개 후 주가 부양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5일 상장폐지사유 발생을 이유로 대산F&B 주식매매거래를 정지했다. 대산F&B는 지난달 24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2025년 4월 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개선기간 중에도 회사의 주식거래정지는 지속될 예정이다.

이촌회계법인은 회사가 임지윤 전 대표와 김상욱 전 대표에게 사업과 관계없이 약 35억원을 대여해 줬으며, 임직원이 사용한 약 7억원의 법인카드 사용액과 전 대표 관계 회사들에 지급한 용역수수료 역시 사업 관련 목적임을 소명하지 못해 전액 대여금으로 분류됐다며 내부 자금 거래에 문제를 제기했다.

업계는 외부감사인이 ‘의견거절’을 낸 상황에서 개선은 고사하고 9년간(2015~2023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회사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포크지육 사업을 분할 후 매각해 껍데기만 남는다면 상장폐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회사가 포크지육 사업을 분할·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신사업을 하겠다고 하였으나, 현재까지 정관상 사업목적을 난립하고 투자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산F&B가 ‘의견거절’을 받음에 따라 대산F&B를 관계기업으로 두고 있는 BF랩스의 지난해 감사의견도 ‘의견거절’로 결정됐다.

대주회계법인은 대산F&B의 외부감사인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의견거절을 표명함에 따라 관계기업투자주식, 관계기업의 지분 등과 관련된 선급금,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전환사채 등의 평가를 포함하여 연결재무제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BF랩스는 수년간 누적된 적자로 자본총계가 감소해 2022년 말 자본잠식에 빠질 만큼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전체지분의 6.6%(약 1억1007만 주)를 감자해 자본금을 589억원에서 39억원으로 줄였다.

대산F&B가 상장폐지되면 BF랩스 및 BF랩스의 상장계열회사 드래곤플라이, 디에스이엔까지 상장폐지 될 위기다.

또한 대산F&B 최대주주인 TRI의 실제사주는 오는 6월 임 전 대표에서 한상수 사내이사로 변경될 예정이다.

BF랩스는 지난 2월 TRI 조합원들로부터 40억원 규모의 TRI 지분 13.9%를 취득하기로 했다. 거래금액 지급 완료일은 오는 6월 말이다. 지난해 말 기준 BF랩스는 대산F&B 지분 10.1%를 보유했다.

BF랩스 최대주주는 BF홀딩스다. BF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45.0%의 한상우다. BF랩스 지배구조 꼭대기에 한상우가 있는 것이다.

한편, 진형일 대산F&B 대표는 “상장기업의 주요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껍데기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회사는 이의신청서 제출, 재감사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포크지육 사업에 집중해 거래재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BF랩스의 의견거절도 대산F&B에서 비롯된 것이라 포크사업을 통한 회사 정상화로 함께 주식 거래재개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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