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디딤이앤에프, 해임된 부사장 재임명…경영권 분쟁 치열

개인투자자 최대주주 김상훈 이사회 진입…이정민 전 대표 해임
김상훈 “회사가 신규 이사 등기 미루고 있어”
이 전 대표 측 이사 모두 지난 1월 임총에서 선임
김상훈, 지난 1월 임총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 제기

김나경 승인 2024.04.05 15:34 | 최종 수정 2024.04.05 15:35 의견 0
디딤이앤에프 로고. (사진=디딤이앤에프)

디딤이앤에프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모 중이다.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가 된 개인투자자 김상훈이 이정민 전 대표를 해임시키고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는 해임된 이 전 대표를 다시 부사장에 임명했다.

이사회는 각자 대표 선임을 추진하며 김상훈 측 이사를 견제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으로 자본잠식과 주식거래 정지 등 경영 악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5일 <주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디딤이앤에프 이사회는 이날 새로운 각자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3일에는 이정민 전 대표를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결정했다.

최대주주 김상훈이 지난달 27일 임시주총을 통해 본인 포함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 감사 1명을 이사회에 진입시켰지만, 기존 이정민 전 대표가 구성한 이사회 멤버의 견제가 계속됐다.

이정민 전 대표는 개인투자자 김상훈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지난 1월 19일 임시주총을 열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하며 이사회 장악을 공고히 했다.

김상훈이 법원 허가에 따라 이정민 전 대표 및 기존 이사회 멤버를 해임시키기 위한 임시주총을 열게 되자, 임시주총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이 전 대표의 친구로 알려진 이용호 이사를 각자대표로 선임하기도 했다.

김상훈 이사도 반격에 나섰다.

김상훈은 지난 3월 인천지방법원에 이정민 전 대표가 1월 19일 임시주총에서 신규 선임한 사내·외 이사, 감사 전부가 ‘부정행위’로 결의돼 취소해야 한다는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를 냈다.

또한 같은 달 27일 임시주총을 통해 기존 이사회 멤버인 이정민 전 대표, 사내이사 이규, 사외이사 김모둠, 감사 이영우를 해임시켰으며, 사내이사로 본인과 김대은, 사외이사로 박성훈, 감사로 정해곤을 투입하며 이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디딤이앤에프 이사회는 이 전 대표 측인 이용호 대표, 박홍욱·이화열·박재홍 사내이사, 윤희선 사외이사 5명 대 김상훈 측 김상훈·김대은 사내이사, 박성훈 사외이사, 정해곤 감사 4명으로 구성됐다.

이 전 대표 측 이사는 모두 지난 1월 19일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만큼, 법원이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를 인용해 해임되면 김상훈 이사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김상훈 이사는 “회사가 아직도 지난달 27일 선임된 사내이사와 감사를 등기에 올려주지 않고 있다. 신규 이사들이 회사에 출근해도 접객실에만 머무르게 하고 있다. 이정민 전 대표는 해임 이후에도 법인차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길어져 유증이 미뤄지고 있다. 본인의 외식사업 경험을 살려 TF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디딤이앤에프는 지난달 13일 자본잠식률 82.8%의 자본잠식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정지됐다.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 납입일은 4차례나 미뤄지며 3월 18일에서 4월 11일로 변경됐다.

디딤이앤에프의 경영권 분쟁은 2021년 창업주인 이범택 전 대표가 코로나 19로 적자전환된 회사를 정담유통에 넘기면서 시작됐다. 정담유통은 대부분 차입을 통해 인수금을 마련하는 무자본 인수를 하였으며, 이후 이로 인한 반대매매가 터지며 2023년 8월 개인투자자인 김상훈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디딤이앤에프는 2017년 8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한화ACPC스팩이 한식 음식점 업체 디딤을 흡수합병함에 따라 변경상장됐다.

당시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였던 이범택 전 대표는 25년간 외식업 외길을 걸으며 마포갈매기 등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2019년까지 매출액 1253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하는 등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19 창궐과 함께 실적은 적자전환됐다.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각각 809억원, 133억원을 기록했다.

이범택 전 대표는 2021년 3월 배달전문 업체인 정담유통에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

정담유통 대표인 이정민이 디딤이앤에프의 새 대표로 부임했으며, 이 대표의 친구로 알려진 사내이사 이용호, 사외이사 성지훈, 감사 이영우 등이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회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디딤이앤에프는 지난해까지 적자를 이어갔으며, 2023년 3월 테라핀으로부터 약 62억원(지분 38.44%)에 인수한 드라마 제작사 아이윌미디어 역시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해 3개월 만인 같은 해 6월 재매각에 나섰다. 아이윌미디어는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올해 2월 26일에는 제9·10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됐지만 상환 자금 부족으로 원리금 중 9억4876만원을 내지 못했다는 공시를 올리기도 했다.

디딤이앤에프는 경영난에 지난달 7일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디딤 타운 송도’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가와 비슷한 180억원에 팔기도 했지만, 결국 자본잠식률 82.8%의 자본잠식에 빠지고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이 기간 디딤이앤에프는 최대주주는 이범택 전 대표→정담유통→웨스턴포인트 인베스트먼트(웨스턴)→테라핀→테라핀·김상훈(공동)→김상훈으로 4번이나 변경됐다.

업계는 웨스턴을 정담유통의 우호세력으로 해석한다.

정담유통은 지난 2021년 이범택 전 대표와 웨스트포인트·삼진글로벌넷·삼진컴퍼니의 디딤이앤에프 지분 45.93%를 약 42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정담유통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100만원, 900만원에 불과해 양도인들과 금전소비자대차계약을 통해 총인수금 425억원 중 175억원을 차입했다. 원리금 및 이자 미지급 시 주식매각을 통한 상환이 조건이었다.

이후 정담유통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110억원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해 이범택 전 대표의 차입금부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담유통의 주담대는 확대됐고 2022년 11월 반대매매가 터졌다.

반대매매가 발생하자 정담유통은 지난해 3월 웨스트에 300만주를 장외매도했고 웨스트는 지분 15.63%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정민 대표는 같은 해 4월 디딤이앤에프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

웨스트포인트는 같은 해 6월 비상장사 더블에스네트워크와 지분양도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더블에스네트워크 대표는 이정민 정담유통 대표였다.

하지만 더블에스네트워크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같은 해 7월 5일 주식양수도계약은 취소됐으며, 이후 웨스트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지분을 처분했다.

이에 2대주주였던 테라핀이 비자발적 최대주주에 오르자, 이정민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임시주총을 소집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감사 2명을 선임하며 다급히 디딤이앤에프 이사회로 돌아왔다. 신규 선임된 박승복 사내이사를 신규 대표이사로 추대한 후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 박승복 전 대표를 사임시키고 본인이 다시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디딤이앤에프 주식은 ‘동전주’가 됐다. 주가는 2018년 4000원대에서 하락을 거듭해 거래정지 전 거래일인 지난달 26일 38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계속되는 주가부진에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해 평균매수단가를 낮추는 것)를 하던 개인주주 김상훈이 공동 최대주주를 거쳐 단독 최대주주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가 된 개인투자자 김상훈은 첫 지분보유공시 당시 직업을 '모험가(투자)', 소속 회사를 '접속', 부서를 'foolish'라고 적었으며 이메일 주소는 ******tact1818@gmail.com이라고 표시하며 화제가 됐다.

김상훈 이사는 주식보유목적을 지난해 7월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지난해 10월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며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해 회사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나섰다.

김상훈 이사는 앞서 <주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한다면, 회사로부터 어떠한 급여나 비용 처리 등 금전적 지급을 받지 않겠다”며 “오직 회사 실적 회복과 정상화로 성장궤도에 올리는 데 집중하고, 차후 해당 대가를 주주의 결정에 따른 스톡옵션으로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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