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시대…주주제안 성공한 상장사는 어디?

트러스톤, 태광 이사회 절반 가까이 선임
JB금융, 금융지주 최초 주주제안 이사 등장
KT&G·DB하이텍도 주주제안 사외이사 선임
소주연 추천 감사 선임은 블루콤이 유일
얼라인 “모든 주주의 권익 증진으로 이어지길”

김나경 승인 2024.04.01 17:10 의견 0

올해 정기 주총 시즌 주주제안 후보들이 대거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 의석 7석 중 3석을 차지했으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이사회에 사외이사 2명을 투입하며 금융지주 최초로 주주제안 출신 이사를 탄생시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은 지난달 29일 태광산업 제6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3명의 사내·외 이사 후보 모두를 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광산업에 주주제안 한지 2년 만의 성과다.

트러스톤은 올해 태광산업 정기주총에 △사내이사 정안식 선임의 건 △사외이사 안효성 선임의 건 △김우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 △안효성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을 주주제안했다.

해당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 의석 7석 중 3석을 차지하게 됐다.

태광산업 이사회 구성은 성회용·오용근·(트러스톤) 정안식 등 사내이사 3명과 남유선·최영진·(트러스톤)안효성·(트러스톤)김우진 등 사외이사 4명이다. 조진환·정철현 대표와 최원준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 운용부문 대표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주총에서는 배당금 증액 같은 주주환원책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국내 상장사 최저수준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개선과 보유 중인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경영진은 주총에서 “유동성 부족과 자산의 효율적 활용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중구 굿모닝시티에서 진행된 태광산업 제63기 정기 주주총회 전경. (사진=태광산업)

KT&G와 DB하이텍, JB금융지주 정기주총에서도 주주제안이 일부 통과됐다.

KT&G는 지난달 28일 제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중소기업은행(7.11%)이 주주제안으로 상정한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의 건을 가결시켰다.

KT&G 이사회에 외부 추천 사외이사가 등장한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다만, 기업은행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이 이사회의 독립성 등 지배구조를 문제로 반대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는 새 사장으로 선출됐다. 국민연금(6.64%)과 소액주주, 외국인 주주 등이 이사회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줄곧 내부 출신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방 대표는 1998년 입사해 브랜드 실장, 글로벌 본부장, 전략기획 본부장, 수석 부사장 등을 역임한 내부인사다.

이상현 FCP대표는 정기주총 직후 이사회에 “KT&G는 ‘이제 겨우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하며, “손동환 이사를 비롯해 새로 구성될 이사회는 거버넌스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주가연동 성과보상 △회계투명성 개선 △기부된 자사주 환수 △인삼의 세계화 △자산운용업 중단 등 ‘KT&G 거버넌스 체질 개선을 위한 5가지 요청사항’을 발송했다.

DB하이텍은 지난달 28일 제71기 정기주총에서 KCGI가 주주제안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윤영목 선임의 건을 가결시켰다.

앞서 소액주주연대와 KCGI는 서로가 제안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며 연합 노선을 결성했다.

이번 주총 주주제안 안건은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총회 권한에 자기주식 소각 결정 권한을 포함하는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272만 6653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 한승엽 선임의 건 등과 KCGI의 △감사위원 윤영목 선임의 건 등이다.

소액주주연대의 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됐으며, KCGI 안건은 가결됐다.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제11기 정기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추천한 이희승·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과시켰다. 이희승 사외이사는 얼라인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후보에 올렸으며, 김기석 사외이사는 얼라인이 주주제안으로 직접 후보 안건에 상정했다.

얼라인은 이번 JB금융지주 정기주총에 △비상임이사를 2인으로 증원하는 건 △비상임이사 후보자 이남우 △사외이사 후보자 김기석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 백준승·김동환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블루콤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 주주제안으로 감사 선임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2일 제33기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상근감사 이은국 선임의 건을 승인했다. 이은국 감사는 국세청에서 명예퇴직한 관료 출신으로 60.53%의 압도적 찬성으로 선임됐다.

앞서 블루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영업활동이 전무하여 적자의 늪에 빠지고 있음에도 대주주 일가 연봉이 11억 7000만원임을 지적했다. 지난 2022년에는 연대를 결성해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소각, 이익잉여금 차등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대는 회사를 견제해 거버넌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업계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진입한 이사들이 늘어나면서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얼라인은 “이번 주총 결과는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는 의미를 가진다. (JB금융지주) 김기석 사외이사의 선임은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로 선임된 첫 사례”라며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선임은 소유분산기업들의 경영진이 철옹성과 같이 임원추천권을 소위 ‘독점’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상징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들이 선임되면서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활동이 국내 상장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모든 주주들의 권익이 증진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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