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언제하나"...소액주주 성토장 된 HMM 주총

소액주주들, 주주가치 제고 및 경영진 사퇴 요구
김경배 사장, "회사 가치 높은 게 주주가치 제고"

박소연 승인 2024.03.28 14:30 | 최종 수정 2024.03.28 17:25 의견 0

2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에서 열린 제48기 HMM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과 김경배 사장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의안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건(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3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제 1호 안건 상정에 앞서 한 주주는 의장을 맡은 김 사장에게 "주주가치 제고는 언제 하냐"며 항의했다. 이에 김 사장은 "안건 심의에 들어가면 질문을 해달라며"며 말을 이어갔다.

​김 사장은 제 1호 의안에서 "지난해 배당안으로 주당 600원을 결의해 주총에 상정했지만,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집행부의 배당 안에 주당 100원을 가산해 주당 700원으로 하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발언권을 얻은 홍이표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전달했다.

​홍 대표는 "김경배 대표는 1년 연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두 차례나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회사 경영에서도 특별한 성과를 이룬 바가 없는데 유임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어 "21년과 22년도 영업이익률이 50%가 넘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왜 6.96%로 하락한 것인지 말해달라"며 "운임이 하락해도 마이너스 47%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문했다.

​또한 "회사 보유 현금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계획을 전혀 내놓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현 상황에서 보유 현금의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막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산은과 해진공은 앞으로도 남아있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해선 안될 막대한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그 폐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말했다.

​배당에 관해서도 질의했다. 홍 대표는 "21년도 주당 600원 배당금은 결손금 처리 등이 있었기 때문에 주주들도 배당 규모를 납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배당 규모를 보면 현재 회사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주환원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석된다"며 "분기 배당, 중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에서 제48기 HMM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김 사장의 답변에 앞서 또 다른 주주도 발언했다.

​자신을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에서 30년간 기관장으로 승선다고 밝힌 70대 정 모 주주는 "현재 HMM은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산은과 해진공이 물귀신처럼 달라붙어서 독립의 의지를 꺾고 있다"며 "산은과 해진공은 배임 논리를 내세우며 HMM과 동침해 이익을 취하려는 단체로 격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면 배임이기 때문에 갚을 수 없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며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선사인 HMM을 부활시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 모 주주는 "산은은 실제 투자한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보았고, 현재는 한국전력공사 부실 등으로 재무상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니 빠른 시일 내에 HMM을 능력있는 대기업에 넘기고 손을 놓는 것이 좋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김경배 사장은 HMM이 아니더라도 다른 데서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영구채 상환 등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조금의 시도도 안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가줬으면 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김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질의 관련 주주환원과 관련해선 "자사주 소각 매입 및 영구채 상환은 HMM의 권한이 아니다"며 "주주가치 제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영업이익률 하락에 대해선 "영업이익률 50%, 60%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인한 수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끝난 지난해 외국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HMM은 투자 효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고, 타사 대비 영업이익률도 높게 나왔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주주들의 질책에 대해 "현재 가지고 있는 책임의 범위 내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질책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회사 내부의 경영진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선 주총에서 얘기할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진 유임은 산은과 해진공이 결정한 부분이며 경영진은 나가라면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대주주에게 어필하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폐회에 앞서 김 사장은 HMM 소액주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것을 약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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