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HMM 인수 좌초에 웃는 팬오션

1월 중순 대비 주가 25% 상승...3조원대 유상증자 우려 해소
작년 매출·영업익 32%·30% 하락...운영선대 감소 영향
"하반기 우호적인 업황 기대"

박소연 승인 2024.02.13 17:32 | 최종 수정 2024.02.14 13:36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팬오션의 주가가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최종 무산되면서 급등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팬오션은 이날 4405원에 거래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지난달 16일 대비 25.86%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위해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협상은 하림 측이 그간 요구했던 바를 상당 부분 철회했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무산되면서, 인수 자금 실탄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 팬오션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2조원대 수준인데, 최대 3조원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불거지지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나왔었다. ​

​아울러 낮아진 주가순자산비율(PBR)에 저PBR주 대열 합류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현 주가는 올해 가준 PBR 0.4배까지 하락했는데 글로벌 벌크선사들의 올해 평균 PBR은 1.0배로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수익률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저평가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13일 기준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2조3575억원으로 코스피 130위를 기록했다. ​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팬오션의 주력 사업은 벌크화물 운송서비스업이다.

​이를 필두로 비벌크화물 운송 서비스(컨테이너, 탱커, LNG운반선), 곡물사업, 기타사업(선박관리업) 등을 영위 중이다.

​매출 비중으로 살펴보면 해운업이 82%, 곡물사업 12%, 기타사업이 6%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업 중에서도 벌크선 비중이 64%를 차지했다.

​벌크선 영업 부문은 정기선, 부정기선, 대형선으로 분류해 운영하고 있다.

​정기선 서비스란 특정한 항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사전에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부정기선 서비스는 화물 수요에 따라 화주가 요구하는 시기와 항로에 선복을 제공해 화물을 운송하는 형태를 뜻한다. 대형선 서비스는 부정기선 서비스의 성격을 띠면서 파나막스 이상의 대형 벌크선을 운영한다.​

​팬오션은 ​50년이 넘는 벌크화물 운송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주요 화주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왔다는 평가다.​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같은기간 ​아시아(56%), 남아메리카(16%), 오세아니아(15%), 북아메리카(9%), 아프리카(2%), 유럽(2%) 순으로 매출이 발생했다.

​주요 매출처는 VALE,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SUZANO,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 등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도입 예정 선박은 LNG 9척, 컨테이너 2척, 벌크 4척 총 15척이다.

​아울러​ 팬오션은 다수의 장기화물운송계약을 체결했으며, 시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단기 SPOT성 화물운송계약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0년 내외의 장기 계약인 연속항해용선(CVC)은 ​​VALE 16척, SUZANO 10척, 발전자회사 6척, 포스코 4척, 현대제철 2척 등 총 28척을 체결하고 있다. 장기대선계약(TC)는 총 3척을 체결 중이다. ​

​​◆ 자금 여력은 어때?

팬오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조3610억원,영업이익은 38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0% 하락했다.

​매출 하락은 운영선대 감소 및 물동량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8%를 기록해 전년 12.3% 대비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작년 67%를 기록해 전년 68%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팬오션의 최대주주는 하림지주로 54.92%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림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홍국 회장은 하림지주, 하림, 팬오션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1957년생으로 ​호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맨손으로 양계사업을 시작해 하림을 국내 축산업계 1위 기업으로 이끈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에게 병아리 10마리를 받아 키워 파는 것을 시작으로 종잣돈을 만들었다.

​1978년 전북 익산에 황등농장을 설립해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하면서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 가공·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하림은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에 인해 해운업계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까지 사들여 물류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하림 그룹은 "이번 HMM 인수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선수 한 마디


지난 4분기 팬오션의 영업전략이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분기 평균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파나마운하 통행 차질 이슈, 철광석 물동량 호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전분기 대비 71.6% 상승한 2039t를 기록했다. 하지만 팬오션은 시황 악화를 우려해 벌크 선대를 전분기대비 8척(-4%)를 줄이면서 우호적인 시황을 누리지 못했다.

​2월 10일 기준 BDI는 1545pt다. 이는 과거 5년 평균 대비 50% 높은 수준으로 중국 춘절 전후로 시황이 일반적으로 악화되는 계절성을 고려하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시황 악화가 지속되며 중국 철광석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가 약하고, 중국의 철광석 항만 재고 역시 저점 대비 크게 올라와 철광석 선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BDI는 고무적이다"며 "이는 현재의 파나마, 수에즈 운하 통행량 제한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선대 축소 기조를 유지했던 팬오션은 시황 반등을 예상해 현재 231척에서 상반기까지 최소 250여척의 선대를 확보할 예정이다"며 "이에 점진적인 영업이익 증가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인수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상황으로 증자 우려가 해소되면서 주가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향후 주가 방향성은 업황에 따른 영업실적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의 철강 수요 회복과 노후선 폐선 가속화로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5월에 생기는 해운 환경 규제 이벤트가 다음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며 "환경 규제는 공급 감소 시그널을 주며 주가 모멘텀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3월 말에 MEPC 81차 회의가 개최된다. 5월에는 첫 CII 등급이 발표될 예정이다. ESG를 신경 쓰는 화주는 CII 등급이 높은 선박를 선호해 운임에 프리미엄을 줄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